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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와 한국이 쥐는 양날의 칼

등록 :2021-05-31 17:45수정 :2021-06-01 02:35

[왜냐면]  정원식ㅣ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5월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합니다”라고 발표했다. 한국이 드디어 ‘미사일 군사주권’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9년 9월 노재현 국방부 장관이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국한테서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우리 군의 미사일 성능을 사거리 180㎞, 탄두중량 500㎏으로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이때부터 우리의 미사일 개발 제한 족쇄가 채워졌다.

그동안 정부는 네차례 개정을 통해 나름 성과를 거두었으나, 마지막 장애였던 800㎞ 제한을 이번 한-미 회담에서 최종 폐기했다.

‘미사일 지침’ 폐기는 미국에 소위 ‘미사일 비대칭 역외균형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신의 한수였다. 예컨대,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하여 동북아 역내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던 미국은 이번 합의를 거쳐 한국의 2000㎞가 넘은 미사일 개발 능력을 적극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정도 사거리면 동북아 역내 모든 전략 타격 목표물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한국을 자연스레 대중국 미사일 견제 체제에 자동편입시키는 효과와 쿼드의 반중국 프레임에 동참을 유도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미국은 이번 합의로 여러 토끼를 잡는 지능적인 외교 플레이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달리 한국엔 ‘미사일 지침’ 폐기가 ‘양날의 칼’이라는 딜레마가 될 수가 있다.

이번 합의는 주권국가로서 한국의 숙원이었던 미사일 주권을 42년 만에 회복하여 동북아 역내 ‘고슴도치형 군사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 특히 비대칭 전략무기로서 강한 억지력을 갖는 미사일 체계가 구축되면 실제 자주국방을 조기 실현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우리의 경제산업 지도 또한 우주로까지 확장하여 새로운 유형의 국가성장 발전의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반면 미사일 지침 폐기 합의로 인해 미-중 간 대결 구도에서 우리와 중국 사이 군사적·경제적 긴장을 초래하여 과거 사드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정부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방위전략이라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 이번 합의가 미-중 관계에서 그동안 회색 지대에 머물러 있던 한국이 최전방 전선에 자원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이이제이 수단으로 전락해 중국을 포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한 나라의 군사력 강화는 주변국에 안보 딜레마를 야기하여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 정부는 국방력 강화에 결코 움츠리면 안 된다. 다만 세련된 행태로써 군사외교 측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변 국가와 군사 대화 채널을 가동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기술적인 차원에서 준중거리 미사일과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주변국에 신뢰를 쌓는 ‘로키(Low Key) 전략’을 구사해 양날의 칼이라는 딜레마를 해소하면서 안정적인 미사일 주권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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