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인류는 여전히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중 하나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이하 ‘오염수’)의 해양방류 가능성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염수를 전량 해양방출하는 것이 사실상 최선이라는 최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2015년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리스크저감 중기로드맵’에 오염수 해양방류를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이를 암암리에 공식화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오염수의 해양방류는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이 방안의 핵심은 일차적으로 고농도 오염수 내 핵물질을 다핵종 제거장치로 농도를 떨어뜨리고, 남아 있는 방사능을 매년 물로 정화한 뒤 바다에 방류하여 희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사고로 누출된 200여종에 이르는 핵물질의 종류와 농도가 방류 허용 기준치 이하가 된다는 100%의 정확한 과학적 입증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성물질 제어 실패를 자인했다는 보도 내용도 이를 방증한다. 바로 1% 오류의 함정이다.
더구나 현대과학은 과학지식마저 결코 확정적이지 않음을 경고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부터 닐스 보어의 양자해석, 프리고진의 시간의 비가역성 원리 등에 이르기까지 과학지식의 절대성에 회의적이다. 특히 복합생태계인 해양환경에서는 오염행위의 오랜 지속성과 피해지역의 광역성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고 할 것이다. 반면, 한번 멸종된 동식물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없다. 우리가 오염수 처리 해법으로서 사전억제를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후구제는 당사자능력(적격), 인과관계 입증 등의 법리상 어려움 때문에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체르노빌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 관련 서독 주민과 소련 사이의 배상 사건에서 예증된 바 있다. 사전주의는 지구환경 보호에 관한 국제헌장인 ‘리우 선언’이 천명한 원칙이기도 하다. 이를 ‘핵사고의 조기통고에 관한 조약’(이하 ‘핵사고 조약’)은 직접 제5조, 6조에서 핵사고 원인국의 ‘사전통고 의무’, ‘사전협력 의무’ 등으로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그러면 일본과 대한민국은 체약국으로서 합당한 의무와 정당한 요구를 다하고 있는가?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먼저 양국의 사전 정보공유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응 컨트롤타워를 자임해온 원자력안전위원회 홈페이지의 ‘일본원전 방사능 정보방’에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제공한 위 사고 관련 정보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대부분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방사능 농도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서브드레인 지하수를 방출한 기록일 뿐이다. 여기에는, 위 사고가 현재진행형인데도, 오염수 배출이 계속되는 근본 원인인 사고 후 수동 냉각장치의 예상 가동 기간과 진전 상황 등이 빠져 있고(위 조약 제5조 1의 c 참조), 서브드레인 지하수도 일본이 대규모 해양방류를 꾀하고 있는 저장탱크 안의 고농도 오염수와는 전혀 다른 저농도 오염수일 뿐이다. 이 저농도 오염수는, 해양방류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에서, 핵사고로 인한 원자로 안의 열을 물로 냉각하는 과정에서 핵연료봉과 접촉해 생긴 고농도 오염수하고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핵 전문가들은 핵연료봉 용융이나 멜트다운에 따른 원자로 내 압력 상승과 방사선 누출 현상을 지적하고 있으므로, 사고원전 현황에 대한 정보 제공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오염수 해양방류를 감행했을 때 영향을 받게 될 태평양 환경평가에 관련된 정보가 전혀 없다.(위 조약 제5조 1의 e, f 참조)
다음은 더 포괄적인 사전협력 문제다. 오염수 해양방류의 기본매뉴얼과 핵물질의 태평양 확산지도 공개, 환경영향평가 보고 등은 일본이 이행해야 할 협력 의무의 구체적 목록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정부에 결여되어 있는 것은 사고 원인국으로서 지녀야 할 신의와 성의 있는 자세다. 우리 정부도 국제관계의 근본규범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사고 원인국과 인접국 사이의 협력 문제를 더 견고하게 구성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핵사고 인접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정부에 바라는 것은, 일본에 대한 그것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 요구는 환경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국제협약인 오르후스협약 내용(환경 의사결정 참여권, 환경 정보 접근권, 환경 사법 접근법)이 수용된 우리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첫째, 위 사고 대응 컨트롤타워는 범정부 차원의 국무조정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사상 초유인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방류 가능성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문제의식과 해결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그 태스크포스 구성에도 환경단체 소속 핵 전문가, 환경 분야 국제법 전문가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정부는 일본 정부에 더 적극적으로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위 사고 원자로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국민 중 누가 제대로 아는가? 지금까지 일본이 제공하고 있는 정보는 양과 질 모두 크게 부족하다. 더 바란다면, 공개된 정보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변환하는 것은 문해력을 높여 환경 의사결정에 있어 국민의 참여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오르후스협약 제4조 참조) 셋째, 위 사고 피해확산 방지를 위한 일본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환경오염은 핵사고일 경우 훨씬 더 심각하므로 사고 원인국과의 사전협력이 절대적이다. 우리 정부는 가장 긴급한 현안인 오염수 해양방류 프로그램의 실행 여부와 그 시간표에 대해 일본 정부에 명확한 입장을 따져 묻고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이를 검증하여야 한다.
사실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오염수 저장탱크를 땅속 깊이 묻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대체로 동의하는 이 해법을 외면한 채 일본 정부는 많은 자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른 길을 가려 한다.
결론적으로 만약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무모한 도전에 치열하게 응전하지 못한다면,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넘어 일본과 함께 동해와 태평양을 오염시킨 공범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동안 형해화된 ‘핵사고 조약’의 사전주의 원칙을, 일본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막는 길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 연안에서 동해를 거쳐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해양 생태계는 우리 식탁까지 순환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는 없어야 한다.

한국 정부에 바란다
1. 국무조정실 주도의 대응 컨트롤타워 구성해야2. 일본에 정보 요구해 한국인 환경 의사결정권 높여야3. 일본과의 사전협력, 국제사회와의 공조 절실

윤영훈 ㅣ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