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 파업에 돌입하거나 파업의 기미가 보이기만 하면 수구보수언론들이 앞다투어 현대차 노동조합을 무차별로 공격한다. 공격의 핵심은 “생산성은 가장 낮으면서 임금은 터무니없이 많이 받아가는 귀족노동자”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국내공장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지적할 때마다 근거로 등장하는 기준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 곧 대당 투입시간(HPV, Hours Per Vehicle)이라는 것이다.
8월3일치 <한겨레>조차 대당 투입시간을 근거로 들면서 현대자동차 국내공장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형편없는 것처럼 보도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대당 투입시간을 맹신하는 언론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어 이 글을 쓴다.
대당 투입시간은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프레스 공정을 제외한 차체, 도장, 의장, 품관, 생관, 보전에 투입된 인원이 생산에 투입한 노동시간을 총 생산대수로 나눠서 구한 값이다.
우리(노동자)의 주장으로 대당 투입시간의 부당함을 내세우지는 않겠다. 그러면 노동조합의 억지라고 우길지 모르니까. 그래서 현대자동차주식회사 생산운영실에서 2011년 11월 제작해서 배포한 <생산성에 대해 알아봅시다>라는 책자를 그대로 인용한다.
‘HPV 지표의 한계점’(책 27쪽). 1) 모델믹서를 반영하지 못한다.(대형차와 소형차는 투입 M/H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일 차급 외에는 차종간 1:1 비교가 불가능함) 2) 임금/임률을 반영하지 못한다.(지역/국가 또는 근무형태에 따른 임금 수준은 고려하지 못한다) 3) 외주화 및 자동화 비율을 반영하지 못한다.(공장간 비교 시 자동화/외주화 비율을 동일 조건으로 조정이 필요함)
회사 쪽 스스로 고백하고 있듯이 스포츠실용차(SUV), 레저용차(RV)를 생산하는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과 에쿠스 리무진을 만드는 울산공장 5공장의 대당 투입시간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 최근에 지은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 중국 공장, 체코 공장의 경우 모듈화(외주화)율이 상당히 높고, 자동화율의 경우 차체, 프레스는 100%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울산공장의 경우 20~40년 전에 지은 공장이기 때문에 모듈화와 자동화율이 현저히 낮다. 이를 단순비교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비교적 최근에 지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경우 대당 투입시간이 19.1로 나타나 도요타(27.1), 포드(21.7), 닛산(23.8), 지엠(23)보다 월등히 생산성이 높게 나타난다. 수구언론들의 논조대로 본다면 이 부분은 왜 칭찬하지 않는가?
결론을 정리하면 소형차 생산 공장이냐, 중형차 생산 공장이냐, 대형차 생산 공장이냐, 스포츠실용차·레저용차 생산 공장이냐를 따져야 한다. 각 공장에 투입하는 차급(모델)의 특성과 임금 수준, 모듈화, 자동화 비율이 제각각 다른 공장들을 획일적으로 단순비교 평가하는 방식의 대당 투입시간만으로 생산성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근속 연수가 10년도 못 되는 현대자동차 외국공장 노동자들의 임금과 평균 근속 연수 21년, 연간 노동시간 3000시간에 육박하는 국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복리후생비까지 모조리 합한 임금을 단순비교하는 것도 객관적인 근거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인 노동3권을 행사할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본의 편에 선 보수언론들. 이들의 ‘노조 죽이기’가 정도를 넘어서더라도 그 근거는 어느 정도 객관성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 최소한 언론이라면.
박유기 금속노조 전 위원장·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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