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8∼1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의제숙의단 워크숍’ 모습.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제공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8∼1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의제숙의단 워크숍’ 모습.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제공

박성해 |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의제숙의단 청년대표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대학에서 사회, 교육을 전공함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특정 정당들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와 비판 속에서 나도 모르게 팬덤 정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그런 것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이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의제숙의단의 청년 대표 5인 가운데 한 명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나는 매우 평범한 20대 청년이었고, 국민연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중에 은퇴하고 받는 연금인데 수령액도 적고 보험료도 비싼 청년에게 불리한 사회보험’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청년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진 않겠지만, 내 주변 친구들에게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을 물어봤을 때 나와 비슷한 또는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경우가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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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자료를 통해 국민연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만, 의제숙의단에 참여하신 전문가분들 앞에선 말 한마디 꺼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청년 대표라는 어깨가 무거운 자리였기에 많이 부족하지만 청년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며 의제를 만들어나갔다.

이 과정은 민주적이고, 상당히 평화로웠다. 각 이해관계자 대표들은 논리적이고 타당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며 서로 의견을 조율해갔다. 논쟁이 치열해지며 감정이 표출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퍼실리테이터(진행 촉진자)들의 적절한 중재가 개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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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이해관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감했던 것은 2박 3일이라는 기간 동안 7개의 의제를 다뤄야 했기 때문에 한 의제를 가지고 충분히 숙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법을 해석할 때 논란의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어 하나를 바꾸는 데에도 여러 논쟁이 오갔는데, 이를 감안했을 때 의제 하나를 약 3시간 만에 완성하기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논의를 마무리해 갈 즈음에 느낀 것은 이해관계자들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특별히 악하거나 선한 것이 아니었고, 우리는 모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의 의견은 타당했고 논리적이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우리의 눈에 색안경을 씌우고 한쪽 귀를 막는다. 그러곤 자신들을 심판해야 할 사람들을 반으로 갈라 서로를 비난하고 물어뜯게 한다. 우리 모두가 가족이고 이웃이고 친구다. 우리끼리 의미 없는 싸움을 벌일 시간도 가치도 없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주체가 무엇인지 똑바로 생각해보자.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국회 관계자들께 감사를 표하며 파벌과 사익을 위하는 팬덤 정치가 아닌,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