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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연금통합론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등록 :2022-03-03 04:59수정 :2022-03-03 09:11

국민연금 개혁 연쇄기고 _4

[왜냐면]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공무원연금이 너무 후해 재정부담이 크니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이다. 공무원에 대한 대중적 ‘반감’에 교묘히 편승한 이 주장은 그럴 듯하게 포장되었지만, 결과는 공적연금의 약화 그리고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어설프다. 왜 통합을 해야 하는지, 어떤 문제점이 노출될지, 노후보장 전체에 미칠 영향은 어떠한지 숙고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연금통합의 문제점을 세 가지로 살펴본다.

첫째, 연금통합론은 공무원이 과도한 특혜를 누린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과거에는 이 지적이 타당했다. 낮은 공무원 임금을 보완하기 위해 후한 연금을 지급하는 보상 장치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차례의 개혁으로 이런 특혜는 대부분 사라졌다. 공무원연금액이 국민연금보다 더 많아서 형평성이 없다는 주장은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동일한 부담을 했는데 차이가 나면 불공평한 것이지만 부담의 차이만큼 혜택의 차이가 나면 공평한 것이다.

먼저 연금과 퇴직금 합한 부담을 보자. 보험료율은 국민연금이 9%이지만(본인 4.5%, 사용주 4.5%) 공무원연금은 18%로(본인 9%, 국가 9%) 공무원이 두 배를 더 내고 있다. 2020년 말 공무원연금의 월평균 본인 보험료는 48.5만원, 국민연금은 12.7만원으로 공무원이 3.8배가 더 많다. 많이 부담하는 공무원이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퇴직금에서도 차이가 난다. 민간인이 1년 근무하면 1개월 치 월급의 퇴직금을 주어야 하므로 사용자는 매달 임금의 8.3%를 적립해야 한다(1개월/12개월=8.3%). 공무원도 퇴직금이 있지만, 민간인의 39% 수준이다. 이를 보험료로 환산하면 3.2%이다. 민간인 퇴직금 부담금 8.3%보다 5.1%가 적다. 공무원연금은 퇴직금을 낮춘 대신 그만큼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다. 총량으로 보면 민간인의 총부담은 17.3%(본인 4.5%+사용주 4.5%+사용주 부담 퇴직금 8.3%), 공무원은 21.24%이다(본인 9%+정부 9%+정부 부담 퇴직금 3.24%).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4.5% 더 인상하면 총부담은 21.8%로 공무원의 21.24%와 거의 차이가 없어진다.

공무원의 보험료 절대액이 많은 것은 다른 요인도 있다. 2021년 국민연금의 보험료 부과 소득상한선은 524만원이다. 월급이 1천만원인 사람은 524만원에만 보험료가 부과돼 23.6만원만 내며(524만원×4.5%) 나머지 476만원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 소득상한선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높은 856만원이다. 소득상한선이 높은 공무원연금은 같은 보험료율이라도 부담액의 절대 크기는 더 크다. 여기에 공무원 보수가 올라가면서 평균임금 수준도 올라가니 보험료의 절대액이 많아진 것이다. 긴 재직기간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공무원연금 수급자의 재직기간은 평균 30.2년이다. 가입 기간이 길어 내는 보험료도 절대적으로 많다.

공무원연금은 4차례의 개혁을 통해 ‘특혜성 조항’을 대부분 폐지했고, 2015년부터 국민연금과 동일한 조건을 만들었다. 연금 개시 연령도 국민연금처럼 65살로 연장했고, 최초 연금 산정기준도 퇴직 전 3년 소득에서 생애평균소득으로 변경하였다. 공무원 보수에 자동연동되던 연금액도 국민연금처럼 물가연동으로 바꾸었으며, 2016년부터 5년 간 공무원연금을 동결까지 하였다. 이를 통해 공무원연금의 세금 지원도 많이 줄었다. 2015년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없었다면 2016년∼2019년 4년간 18.4조원의 정부 보전금 지출이 예상됐지만, 실제 보존금은 8.9조원으로 4년 간 9.4조원가량 세금이 절약되었다.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국민연금과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을 단순비교하여 불공평하다는 주장은 이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앞두고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실무기구 공동간사를 맡은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국회에서 국회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따른 보험료율 변화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앞두고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실무기구 공동간사를 맡은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국회에서 국회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따른 보험료율 변화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둘째, 연금통합론은 연금제도 ‘전환비용’을 언급조차 안 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2023년부터 신규 임용되는 공무원 모두를 국민연금에 가입시킨다고 치자. 그러면 현재 은퇴한 공무원들의 연금(연금부채)은 누구의 돈으로 줄 것인가? 즉, 연금제도 ‘전환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 결국 세금이다. 연금 민영화의 후유증을 겪은 최근의 경험을 보자.

지난 30년 간 전 세계의 연금 개혁을 주도해 온 ‘세계은행’은 고령화의 부담을 민영연금 도입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였다. 돈줄을 쥐고 있는 세계은행의 강력한 압박으로 재정위기를 겪던 중남미,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30개국이 실제 공적연금을 폐지하고 민영연금으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30개국 중 18개국이 민영연금을 폐지하고 다시 공적연금으로 회귀하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연금 민영화 실험의 실패’를 선언하였다. 이 국가들이 공적연금으로 회귀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전환비용 문제이었다. 과거 공적연금 가입자들의 연금 지급에 들어가는 세금이 예상보다 너무 컸기 때문이다. 1981년에 민영연금으로 전환한 칠레는 당시 전환비용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추정했으나 40년이 지난 지금도 세금으로 과거 가입자의 연금을 부담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지출은 2020년 15.6조원인데 공무원의 보험료로 약 6조원, 그리고 정부 부담금으로 약 6.9조원이 충당되고 나머지 부분은 보전금(세금)으로 충당한다. 신규 공무원이 국민연금으로 가버리면 은퇴한 공무원들의 연금을 부담해야 하는 남아있는 가입자(공무원) 수가 점점 축소된다. 보험료 수입이 줄어 연금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기존 공무원연금 수급자 58만명, 그리고 공무원연금에 남아있을 가입자 122만명의 연금을 이들이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려면 수십년 동안 막대한 세금이 들어갈 것이다. 국고지원을 줄이려고 한 연금통합이 오히려 세금 부담의 급증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고 민간인들이 낸 돈으로 만들어진 국민연금기금에서 은퇴한 공무원들의 연금을 충당할 수도 없다. 특정 연금제도를 중단하고 다른 제도로 전환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연금제도 전환은 면밀한 검토와 재정 흐름에 대한 계산 없이 어설픈 논리에 근거한 정치적 구호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다.

셋째, 연금통합은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도 적고 받는 연금도 적은 ‘저부담-저급여’체계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내는 돈도 많고 급여 수준도 높은 ‘고부담-고급여체계’이다. 공적연금의 보장 수준이 낮으면 그 틈을 개인연금과 기업연금이 메꾸게 되고 결과적으로 구조적 불평등은 더 커지게 된다(▶국민연금 개혁 연쇄기고 1회 참조).

신규 공무원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민연금에 가입한 신규 공무원들은 기존 공무원의 본인 부담 보험료 9% 대신 4.5%만 내게 될 것이다. 대신 민간인처럼 퇴직금을 100% 받게 된다. 정부가 부담하는 공무원의 퇴직금 부담도 2배 이상 늘어난다. 이것도 세금이다. 정부가 부담하게 될 퇴직금 8.3%를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는가에 따라 공무원의 노후 소득보장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지금처럼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형편없는 수익률과 중도 인출로 노후보장 기능은 거의 사라진다. 별도의 공무원퇴직기금을 신설하여 퇴직금을 운용해도 기존 공무원연금보다 더 나은 소득대체율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고부담-고급여체계인 공무원연금의 대폭적인 하향평준화가 일어난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120만명의 공무원 퇴직연금시장이 새로 만들어진다. 황금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금통합을 왜 해야 하는지,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 따져보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들은 신분을 보장받는 대신 영리활동 금지나 연금을 완전히 박탈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작동된다. 고급 정보와 인허가권이 있는 공무원들의 노후보장은 부정부패 방지 등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있다. 필자는 공무원연금의 재정부담이 비상식적으로 크지 않는 이상 적정한 노후보장을 해주는 대신 엄격하고 강한 공직윤리를 강제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정상적 작동과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동안 여러 번의 개혁을 통해 공무원연금의 세금 부담은 대폭 줄어들었다. 남아있는 부담은 현재의 연금수급자, 그리고 곧 수급자가 될 사람들의 과거 기득권을 조정하는 것인데 과거의 개혁처럼 합리적인 수준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연금통합은 가야 할 방향이다. 선진국들의 추세도 그러하다. 하지만 철학이 있고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 공무원연금과 일반연금의 통합이 가능했던 것은 보험료율과 연금 수준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두 제도는 저부담-저급여와 고부담-고급여라는 넘어서기 힘든 간격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통합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통합이 가져올 사회적 결과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어설픈 통합은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것이고 노후 불안을 가중할 시장의 역할만 더 키우게 된다. 연금통합을 내건 정의당의 ‘정의’가 누구를 위한 정의이고, 무엇을 위한 정의이며 나아가 어떤 복지국가를 꿈꾸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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