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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친환경’ 광고가 공정위로 간 이유

등록 :2022-02-09 18:29수정 :2022-02-10 02:32

[왜냐면] 하정림 |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

코로나 이후 바뀐 기업의 경영 문화를 꼽으라면 단연 ‘이에스지’(ESG) 경영이다. 환경(E)과 사회(S), 그리고 지배구조(G)를 고려한 이에스지 경영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고 빠르게 ‘대세’ 기업 문화로 자리잡았다.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이에스지 경영을 내세우며 앞다퉈 광고에 나선 기업들 중 일부는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친환경(녹색)으로 포장만 할 뿐 정작 실제 사업을 들여다보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는 ‘위장 환경주의’라는 것이다. 기업의 그린워싱은 현행 법률상 규제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은 사업자가 허위·과장·기만적인 광고를 할 경우 시정조치부터 벌금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작년 12월, 국내의 대표적인 이에스지 선두기업 ‘에스케이 이앤에스’(SK E&S)의 ‘친환경’ 홍보 광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에스케이 이앤에스는 지난해 3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CO₂-Free LNG’라고 광고했다. 이와 같은 표현은 소비자들에게 마치 에스케이 이앤에스가 생산하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온실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최근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해당 광고를 허위·과장·기만 광고로 신고했다.

실제로 광고 내용과 현실은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계획에 따르면 에스케이 이앤에스가 개발 중인 오스트레일리아 바로사 가스전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과정에서는 연간 35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기업이 공적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수출입은행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계획 포집 및 저장량은 전체 발생량의 60% 수준인 210만톤에 불과하다. 광고와 실제 계획 간 괴리가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가스전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 소비 시 960만톤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CO₂-Free LNG”라는 문구는 탄소 배출이 없는 액화천연가스라는 착시를 일으킨다. 환경문제를 소비 기준으로 삼는 최근의 트렌드에서, 다수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국외에서는 석유·가스 기업의 그린워싱에 대한 문제제기가 활발하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 석유기업 셸은 지난해 일명 ‘탄소중립 휘발유’를 출시했다가 큰 비판을 받았다. 휘발유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만큼 나무를 심어서 상쇄하였으므로 휘발유를 소비해도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는다고 광고한 것이다. 네덜란드 광고위원회는 휘발유 소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조림을 통해 상쇄된다는 것이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고, 이러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추가 비용을 부담한다 하더라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위 광고가 환경광고법에 위반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국내에 관련 열풍이 불기 전부터 이에스지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나름의 진심을 보여온 에스케이 그룹의 그린워싱 논란이 더욱 아쉽다. 선두 주자의 행보는 늘 후행 주자들에게 새로운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그린워싱이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들의 제대로 된 이에스지 경영은 요원해 보인다. 높아진 국격에 맞추어 글로벌 기준을 선도하는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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