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설.칼럼왜냐면

현장 부실대응, ‘형사책임’ 탓인가

등록 :2021-12-15 14:01수정 :2021-12-16 02:02

경찰관 면책규정 도입 논란

[왜냐면] 김원규 | 변호사

경찰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위와 관련해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달 8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논란 끝에 계류됐다. 조만간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경찰관들이 가해자가 흉기를 휘두르는데도 현장을 이탈해 부실대응 논란이 일자 급물살을 탔다. 경찰의 범죄피해 현장 대응이 미흡한 주요 원인을 구조활동을 하는 경찰관들의 형사처벌 위험 때문으로 진단했기 때문에 이러한 개정을 추진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경찰관들이 직무행위를 할 때 위축감을 느낄 정도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어왔는가?

2017년 8월 출범한 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2015년)을 조사한 결과를 보자.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취한 인사 조치는 기동단장 보직 해제와 살수요원 2명에 대한 대기발령과 불구속 기소뿐이었다. 집회관리 담당자 20명 중 8명은 오히려 승진하였다. 경찰력의 위법한 과잉행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자 책임을 외면하고 가장 말단에 있는 행위자만 꼬리 자르기 식으로 재판에 넘겼을 뿐이다. 용산 화재참사사건(2009년)도 다를 바 없다. 경찰의 안전대책 미비 등으로 진압작전 중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는데도 진상규명이나 그에 따른 후속 조치는 전혀 없었고 지휘부에 속해 있던 경찰관 6명은 승진했다.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에서도 관련 경찰관들에 대하여 엄격하게 책임을 물었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관이 범인의 체포 등의 경우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무기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형법은 법령에 의한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규정들에 근거하여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행법으로도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행위는 보호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인천 사건에서 경찰관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원인을 경찰관 보호에 관한 법률 미비로 보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현행법이 경찰관의 무기 사용 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남용되면 시민에게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점이 있다.

이렇듯 개정안이 경찰관의 소극적 대응 태도를 변화시킬 대책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취약한 반면에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부추길 위험은 충분하다. 개정안을 용산 화재참사사건에 적용하면 대량 인명손실에 책임이 있는 경찰관들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어렵다. 당시 농성자들은 타인의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퇴거하지 않았으므로 범행(퇴거불응죄) 중인 긴박한 상황이었고, 경찰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불가피한 직무상 행위를 하였으며, 이 행위가 농성자들을 고의나 중과실로 살해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들은 형사책임에서 감면될 수 있게 된다. 법적으로 책임이란 비난 가능성을 말한다. 면책 규정을 두는 것은 법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행위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경찰이 용산 화재참사를 다시 일으킨다고 해도 그러한 행위가 더 이상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아니라고 국가가 인정해주는 것이다.

신변보호 신청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위험에 처한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보호가 더 실효성 있게 바뀌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대책이 진짜 효과가 있으려면 근거가 취약하고 오히려 공권력 남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면책규정 도입을 서두를 일이 아니다. 인천 사건을 비롯한 범죄피해구조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여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일각에서 진단하듯이 무기 사용 훈련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무기 사용으로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출동 경찰관에게 떠넘기는 관료주의적 조직문화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분석과 진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에 근거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그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진실을 후원해주세요
용기를 가지고 끈질기게 기사를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어둠을 거둡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설.칼럼 많이 보는 기사

한동훈 장관에게 전하는 당부 1.

한동훈 장관에게 전하는 당부

[사설] 국제 무대에서도 논란 된 ‘서오남’ 내각 2.

[사설] 국제 무대에서도 논란 된 ‘서오남’ 내각

[강준만 칼럼] ‘반지성주의’는 나의 힘 3.

[강준만 칼럼] ‘반지성주의’는 나의 힘

중, ‘중진국 함정’ 벗어나지만 미 추월은 지난한 과제 4.

중, ‘중진국 함정’ 벗어나지만 미 추월은 지난한 과제

나라 곳간이 비었다고 하더니 5.

나라 곳간이 비었다고 하더니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Weconomy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더나은사회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