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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해방군·점령군의 역사적 사실

등록 :2021-07-07 16:13수정 :2021-07-08 02:04

왜냐면

박종수 ㅣ 전 주러시아 공사

김원웅 광복회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군은 점령군’ 발언이 일파만파다. 대선주자들은 ‘황당무계 망언’, ‘통진당식 역사 왜곡’이라며 쟁점화하고 있다. 대선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구태의연한 이념논쟁과 낯뜨거운 색깔론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소련군은 해방군이었는가? 역사의 시계추를 76년 전으로 돌려본다. 소련은 1945년 8월8일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다. 8월9일 두만강을 건너 파죽지세로 남진했다. 8월16일 서울에 당도했다. 시민들이 그들을 ‘해방군’으로 환영했다. 이것이 광복이었다.

미국은 당황했다. 소련군이 그렇게 빨리 내려올 줄 몰랐다. 서둘러 38선 분할을 제안했다. 소련은 흔쾌히 동의하고 다시 북으로 퇴각했다. 미국은 남한지역 점령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소련보다 1개월 늦게 한반도에 진주했다. 이것이 분단이었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의 외교전략은 소련을 끌어들여 일본을 협공하는 것이었다. 일본 본토 상륙작전보다 만주와 한반도에서의 희생이 더 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소련은 미국의 끈질긴 설득으로 대일전에 참전했다. 1963명이 희생된 소련군은 일제로부터 한반도 해방을 위해 피 흘린 유일한 외국군대로 기록됐다. 소련군 사령관 치스차코프는 일제 잔재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일본군, 경찰과 고위관리들을 모두 억류하고 철저한 일본 세력 일소를 꾀했다.

소련은 해방의 은인이었지만 미국과 함께 분단의 장본국이었다. 초기에 그들은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했다. 여성들을 겁탈하고 주민 재산을 약탈했다. 발전설비도 뜯어갔다. 조만식은 치스차코프에게 “점령군이요, 해방군이요?” 따졌다. 마침내 스탈린은 “주민들을 괴롭히는 군인을 즉시 총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원산과 함흥에서만 소련군 20여명이 총살됐다. 짐승처럼 날뛰던 소련 병사들은 사령부에서 발급한 구매전표를 들고 정당한 고객으로 변신했다.

미국은 점령군이었는가? 남한지역에서 맥아더는 9월7일자 포고령에서 38선 이남을 점령할 것(will occupy)이라고 기술했고 스스로도 ‘점령군’(the occupying forces)이라 칭했다. 하지는 진주 후 일제 총독부의 행정권을 그대로 인정했다. 미 군정장관 아널드도 “한국은 앞으로 약 15년간 자치가 불가능하며, 한국 내 일본인들에게 한국인과 동일한 주민권을 주고 재산도 몰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일성은 9월22일 평양 도착 직후 소련군 정치사령관 레베데프에게 “빨치산부대도 해방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레베데프는 “조선을 해방시킨 것은 소련군뿐이다. 빨치산부대는 단 한명도 참전하지 않았고 총 한번 쏘지 않았다.” “절대로 역사를 바꿀 수 없다!”며 단호히 거부했다.

해방 직후 한반도 역사는 남이나 북이나, 과거나 현재나, 미국이나 러시아나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진실이다. 대권 주자들은 역사적 진실을 가감 없이 수용하고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정책 대결로 승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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