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

국제사회의 관심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쏠린 지난 석달 사이, 일본 정부가 공청회를 다섯 차례나 열며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결정 수순을 밟았다. <한겨레>가 공청회 녹취록과 영상을 전수 분석한 결과 현지에서도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이르면 9~10월 일본 정부가 바다 방류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1년 안에 한국 동해에 유입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국제 환경단체와 국제법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선제적인 국제법적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은 가동이 중단된 채 9년 넘게 폐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핵연료 냉각수 및 원전 건물에 스며든 지하수와 빗물 등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어 처리 방법을 놓고 논쟁이 지속됐다. 지금까지는 오염수를 탱크에 저장하고 있으나, 2022년 여름이 되면 탱크가 부족해 바다 방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아베 신조 정부는 4월6일과 13일, 5월11일, 6월30일, 7월17일 오염수 처리 방안에 대한 화상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는 후쿠시마현 마을 대표들과 어업, 농림, 호텔업계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 단체인 여행협회, 경제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했다. 정부 쪽에선 경제산업성, 환경성, 외무성 등 10여개 부처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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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취재 결과, 공청회에서는 △정화시킨 오염수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후쿠시마가 ‘방사성 물질 오염 지역’이라는 인식이 고조될 것이며 △어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여론수렴 전 최종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등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오염수 위기’라는 보고서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1년 이내 동중국해, 구로시오 해류와 쓰시마 난류를 타고 한국 동해로 유입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이런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3월 후쿠시마 1원전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에 흘려보내는 구상을 담은 초안을 발표했다. 오염수를 희석하기 위한 시설 건설 등 일정을 고려하면 올 10월 안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월 언론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방침을 결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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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현지 주민과 관련 단체,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오염수 바다 방류를 놓고 반대 여론이 거세다. <한겨레>가 다섯 차례 공청회 회의록과 영상을 분석해보니, 총 참석자 37명 대다수가 바다 방출을 우려했다.

고이토 히데노리 후쿠시마현 여관호텔생활위생동업조합 이사장은 “방사성 물질을 기피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며 “도쿄전력이 애초 밝힌 것과 달리 정화시킨 오염수조차 방사성 물질이 있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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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은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로 방사성 물질(62종)을 걸러내, 탱크 속 오염수에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힘든 삼중수소만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2018년 조사에서 알프스로 정화한 오염수의 80%에서 세슘과 스트론튬, 요오드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전력은 다시 정화해 안전하게 방류하겠다고 강조하지만, 불신은 이미 커진 상태다.

후쿠시마를 되살리려는 현지 주민의 9년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키모토 기미오 후쿠시마현 산림조합연합회 회장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원전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에서 또다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바다가 생계의 근간인 어업인들은 더욱 단호했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바다에 의도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뿌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전국 어업협동조합 연합회는 지난달 23일 오염수 바다 방류에 대해 “반대한다”고 결의했다.

졸속 처리 우려도 제기됐다. 우라고 유키 전국소비자단체연합회 사무국장은 “아직 국민들이 오염수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며 “국민들이 오염수 바다 방류를 이해할 때까지 최종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엔도 유코 가와우치마을 대표도 “현재 국민들의 관심사는 코로나”라며 “이런 상황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국민적 논의로 이어질지 매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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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퍼블릭 코멘트’로 불리는 의견 공모 절차를 거친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이 4월6일 공모를 시작했는데 이례적으로 3차례 연장해 지난달 말까지 의견을 받았다. 바다 방류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간을 연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일정을 가속화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깊이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과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범부처 차원에서 일본 정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유할 것을 일본에 요청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다양한 방면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