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올해 방위백서에서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탄두화를 실현한 뒤 이것을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우리나라(일본)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에 대한 표현 수위는 매년 높아졌지만 올해 처음으로 ‘북한의 일본 공격 능력 보유’라는 부분이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14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2020년판 방위백서인 <일본의 방위>를 채택했다. 이번 백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일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방위성은 지난해 백서에선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의 실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는데, 올해는 훨씬 현실적인 위협으로 표현했다. 2018년엔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의 실현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기술했다.

백서는 “이미 실전 배치된 것으로 보이는 노동미사일, ‘스커드-ER’에 더해 북한이 ‘북극성’과 ‘북극성-2’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일본)를 사정권에 둔 탄도미사일은 이미 필요한 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시험 발사 중인 신형 전술무기에 대해서도 발사 징후 파악이 곤란한 은닉성과 즉시성 등을 갖췄고, 한국은 물론 일본 일부도 사정권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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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020년 방위백서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일본 공격 능력 보유’라는 부분을 넣었다. 방위백서 갈무리.
일본이 2020년 방위백서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일본 공격 능력 보유’라는 부분을 넣었다. 방위백서 갈무리.

이처럼 일본이 올해 방위백서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한 것은 아베 정권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로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만큼,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해당 시설을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서는 헌법 위반 등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일 안보 협력도 매끄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성은 방위백서에 ‘미일동맹’ 부분을 42쪽에 걸쳐 설명한 뒤 일본과 안보·방위 분야에서 협력하는 나머지 국가를 설명하는데 한국은 호주, 인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이어 네 번째로 나왔다. 방위성은 2018년까지는 두번째로 언급했는데 지난해부터 네 번째로 밀렸다. 한국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해엔 “한국과의 사이에 폭넓은 분야에서 방위협력을 추진함과 동시에 연대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는데 올해 이 부분은 아예 삭제됐다.

올해 방위백서에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 4개섬)와 ‘다케시마’(독도)의 영토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인 채 존재한다”고 기술했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 이후 16년 동안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방위백서에 넣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부당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한-일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주한 일본 대사관 총괄공사와 국방무관을 불러 항의하며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내용에 대한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김소연 노지원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