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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일본, 군함도 유네스코에 ‘조선인 강제노동’ 아예 삭제

등록 :2019-12-03 18:22수정 :2019-12-04 02:43

등재 당시 “강제로 노역” 인정했으나
2차 보고서에서는 언급 자체 없어
정부 “일, 보고서 일방 작성” 유감 표명
사진은 군함도의 채굴한 석탄을 씻는 세탄장. 국가기록원 제공
사진은 군함도의 채굴한 석탄을 씻는 세탄장. 국가기록원 제공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두번째 후속조처 이행 경과보고서에도 조선인 강제노동 인정이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처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이 2015년 유네스코에 등재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은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노동으로 악명 높은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를 포함해 일본 내 23곳의 탄광·제철소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누리집에 공개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에 대한 경과보고서 성격의 ‘보전상황 보고서’를 보면,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일본 정부 대표는 2015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심의에서 “(하시마 등 일부 산업시설에서) 과거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노역’했던 일이 있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정보센터 설치 등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 제출한 보전상황 보고서에는 강제노동 등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한반도 출신자가 일본 산업 현장을 지원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를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유네스코가 지난해 7월 바레인 회의에서 다시 한번 이전의 권고를 상기시키면서 전체 역사 해석에 있어 국제 모범사례를 참고하라고 권고하자, 이번에는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언급 자체를 아예 빼버렸다. 관련 전시시설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시설이 어떤 가치를 가졌고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를 알리는 ‘해석 전략’에 대해서는 2017년 보고서에서 언급했다며 회피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보전상황 보고서에서 하시마에서 980㎞ 떨어진 도쿄에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보고서에는 정보센터를 올해 회계연도 안에 도쿄 신주쿠구 와카마쓰에 설치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을 전시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네스코가 당사자 간 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서는 “관계부처, 지방정부, 유산 소유자와 관리자, 일본 안팎의 전문가, 지역사회 등 광범위한 당사자들과 정기적인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당사국인 한국 정부와의 대화 노력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의 역사는 지워진 채, 일본의 산업혁명 성공 역사를 과시하는 장소로만 선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우려는 있었다.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조사연구를 맡긴 단체인 ‘산업유산국민회의’(산업회의)가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인하거나 희석하는 내용의 자체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작성해왔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이날 논평에서 “세계유산위원회가 ‘당사국 간 대화’를 권고했음에도 일본 정부가 주요 당사국인 우리의 지속적인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데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행보고서를 담당하는 세계유산센터에 일본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부분을 직접 문제제기하고, 세계유산위원회 등 다자회의를 통해서도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김소연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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