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한겨레> 자료사진
평화의 소녀상. <한겨레> 자료사진

유네스코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끝내 보류했다. 일본의 승리로 끝난 이번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적절하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30일 기록유산 등재 권고 명단을 발표하면서, 위안부 기록물에는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이 권고를 승인했다.

자문위는 성명에서 “지난 16일 집행이사회 결정에 따라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신청자와 당사자들 간의 대화 절차를 개시할 것을 사무총장에게 권고한다”며 “또한 관계 당사자들이 대화하기 편리한 장소와 시간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최근 집행이사회에서 일본의 주장을 대폭 반영해서 관계 당사자들 간 이견이 있을 때는 등재를 보류한다는 제도 변경안을 의결했다. 새 제도는 2019년 신청분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위안부 피해자 기록물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자문위가 새 제도를 사실상 소급 적용하면서, 앞으로도 위안부 기록물 등재는 어려울 전망이다. 프랑스 문화장관 출신으로 다음달 중순 취임하는 오드레 아줄레 새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일본의 주장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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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31일 유네스코가 자국 주장을 반영한 제도 변경안을 의결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보류) 결정은 (제도 변경) 결의 취지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라며 “앞으로도 일본은 세계기록 사업 제도 개선을 포함해 유네스코의 대처에 대해 책임 있는 가맹국으로서 대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기록물 등재 신청은 지난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8개국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했다. 한반도 출신 피해자들 중 최초로 피해를 증언한 배봉기 할머니의 육성 증언 테이프 등 2700점 이상을 기록유산으로 신청했다. 자문위에서는 애초 “유일하고 대처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일본이 조직적으로 저지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네스코 예산 분담금 중 9%를 내는 일본은 사실상 최대 부담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돈을 최대한 늦게 내거나 내지 않고 버티면서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분담금 최대 부담국이었던 미국은 최근 탈퇴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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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등재 신청 움직임이 표면화된 2015년 등재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그해말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뒤 지원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일본의 전방위 압박에 유네스코는 이미 많이 흔들린 상태였다. 일본 정부는 지원 재개 의사는 합의 위반이라며 한국 정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유네스코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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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과 한국 단체가 공동으로 신청한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