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원이 29일 도쿄 요코타 기지에서 패트리어트3 미사일 발사대 앞에 서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자위대원이 29일 도쿄 요코타 기지에서 패트리어트3 미사일 발사대 앞에 서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 미사일이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30일 중의원에서 임시로 열린 안전보장회의에 출석해,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레이더를 통해 발사 사실을 확인했지만 우리 나라에 떨어질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격추할 수 있었지만 격추할 필요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오노데라 방위상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질 경우 실제로 격추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방위 능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특히 현행 헌법 해석상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어한다는 ‘전수 방위’가 원칙이지만, 북한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론’ 주장이 보수파를 중심으로 강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해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검토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필요한 장비를 보유하지도 않고 있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앞으로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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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최근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방위비를 늘리면서 군사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방위성은 내년 방위비로 사상 최대인 5조2551억엔(약 50조3688억원)의 예산을 최근 요청했다. 예산 증가 이유로 중국의 해양 진출 경계와 함께 북한 위협 대응을 들었다. 주요 항목으로는 북한 미사일 격추를 위한 육상형 이지스인 ‘이지스어쇼어’ 도입 비용과 이지스함에 탑재할 신형 요격 미사일 SM3블록2A 연구개발비가 들어있다.

민간 연구소를 통한 군사기술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방위성이 민간 연구소와 기업에 군사 부문 기초연구자금을 지원하는 ‘안전보장 기술 연구 추진제도’의 올해 응모 건수가 104건으로 지난해(44건)의 두 배 이상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특히 기업의 응모는 지난해 10건에서 올해 55건으로 5배 이상 늘었다. 방위성 지원금은 제도 시행 첫해인 2015년엔 3억엔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10억엔으로 증가했다. 일본에선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민간 연구를 군사 기술로 활용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아베 정부 들어선 민간 기초과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군사 기술로 활용하려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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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이지만 북한 미사일 위협론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우리 나라에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말했지만,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을 타격할 목적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지금까지는 없었던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지만,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5번째이기 때문에 근거가 불명확한 발언이라고도 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