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주를 이뤘다. 부산/연합뉴스
8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주를 이뤘다. 부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설령, 정권이 바뀐다 해도 한국이 12·28 합의를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위기에 몰려 앞날이 불투명해진 박근혜 정부를 넘어 한국의 차기 정부에까지 ‘합의를 이행하라’고 직접 경고한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8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정부가 지난 6일 취한 부산 평화비(소녀상)에 대한 보복 조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재작년 말에 위안부 합의가 성립했다. 일본은 성실히 의무를 실행한다는 의미에서 10억엔의 거출(출연)을 이미 시행했다. 다음은 한국이 확실히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설령,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실행해야 한다. 이는 국가의 신용 문제”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박근혜 정권을 넘어 한국의 차기 정권을 직접 겨냥해 합의 시행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어 부산 소녀상 뿐 아니라 ‘서울 대사관 앞 소녀상도 한국의 노력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12·28 합의에 대한 일본의 의무는 ‘10억엔 출연’뿐이고, 이후 문제는 모두 한국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12·28 합의 이후 공개적인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아베의 이날 발언은 일본의 입장이 강경하게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