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은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라는 내용은 삭제하고,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술은 넣은 2015년 <외교청서>를 각의 결정(국무회의 의결)했다. 전날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에 이은 한-일 관계의 악재다.
일본 정부는 이날 공개한 <외교청서>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의 동료이고, 우호적인 한-일 관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하다”는 기본 인식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3월 초 외무성 누리집에서 한-일은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라는 표현을 생략한 데 이어 이날 <외교청서>에서도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독도에 대해선 2000년부터 일본 정부가 사용해온 “역사적으로 봐도, 국제법적으로 봐도 분명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이 그대로 쓰였다.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 ‘기본적 가치’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은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한-일 파트너십 선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일 양국은 서로가 전후 50여년 동안 이뤄낸 성취를 평가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아베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기본적 가치’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은 2000년대 이후 양국 관계 형성에 기본 바탕이 된 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국이 “21세기엔 한-일 파트너십을 공통의 목표로서 구축하고 발전시키자”고 합의했던 17년 전 약속은 간데없고, 한-일 관계가 끝없는 반목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20세기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양국간 우호의 상징 문구가 사라진 곳을 채운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끝없는 변명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일 관계의 주요 현안으로 언급했던 위안부 문제를 이번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외교관계를 조망하는 총론 뒤에 배치했다. 이를 보면,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지난 전쟁의 배상과 재산권 청구에 대해 일본 정부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등 여러 조약에 따라 성실히 대응해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을 끝냈다는 입장”이라며 “한국이 계속해서 일본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가나스기 겐지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거듭 항의했다. 전날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한 연장선의 대응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독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에 관해 부당한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를 또다시 각의 결정하는 역사퇴행적 행보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 성명에 들어갔던 ‘규탄’ 등의 강한 표현이 이번에는 빠진 점에 비춰, 정부의 대응 수위가 낮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한·일이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이웃’이란 표현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선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손원제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