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을 향한 사업은 막 시작한 단계입니다. 국가의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현재 방향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즉시 탈핵’을 쟁점으로 치러진 지난달 일본 도쿄 도지사 선거의 ‘깜짝 스타’는 뜻밖에도 후쿠시마현의 작은 도시 미나미소마의 사쿠라이 가쓰노부(59·사진) 시장이었다. 선거 기간에 사쿠라이 시장이 도쿄 거리에서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 지지를 호소하며 외친 ‘탈핵의 메시지’가 유튜브를 타고 퍼져 일본 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사쿠라이 시장과 인터뷰는 5일 미나미소마 시청에서 한국의 김제남(정의당)·강동원(무소속) 의원과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사쿠라이 시장은 탈핵을 향한 강한 의지를 밝히며, 아베 신조 정권이 원전 유지를 전제로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사쿠라이 시장은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도시 만들기”가 자신의 대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부흥 계획에 명확히 했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포함한 여러 에너지 정책을 시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탈핵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고통을 현장에서 절실하게 목격한 탓이다. 쓰나미 피해를 수습하기도 전에 핵사고가 덮쳐 방사능 물질을 피해 시 인구의 대부분인 6만명이 고향을 떠나 일시 피난을 가야 했고, 아직 2만여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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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없는 도시 만들기’를 고민하던 미나미소마시는 핵사고 이후 2011년 에너지 사용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인 27만1311㎿h로 크게 준 사실에 주목했다. 시가 한 해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해낸 전력은 풍력 90만8000㎿h, 태양광(토지) 76만8000㎿h, 태양광(건물 위) 142만㎿h 등을 합쳐 183만5000㎿h나 됐다.

그러나 상황이 만만하지는 않다. 일본 정부가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전기를 사들이는 기준가격을 2012년 42엔에서 지난해 37.8엔으로 낮춘 뒤 올해는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사쿠라이 시장은 “재생가능에너지는 국가 지원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데 정부가 기준가격을 계속 내리고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도 민주당 정권 시절의 탈핵에서 벗어나 원전 추진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2030년까지는 재생가능에너지로 100% 자립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은 막 시작한 단계라 순조롭게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주민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사고로 비참한 경험을 했지만 그런 재앙이 없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경험도 많았다”며 “미나미소마를 바꿔 일본과 세계를 바꾼다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탈핵과 복구 사업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미나미소마(후쿠시마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