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보문고에 해당하는 일본의 대표 서점인 도쿄 간다의 산세이도 서점 1층. 이 서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계산대 앞 전시 코너에는 자극적인 띠를 두른 책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아직도 그 나라와 사귀겠습니까” “그 나라에게서 배울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왜 그 민족은 그렇게도 자기중심적일까” 내용은 볼 것도 없이 한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책들이다.
요즘 일본 출판시장에선‘혐중반한’(중국을 혐오하고 한국에 반대하는) 서적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1일 전했다.
2005년에 나온 <만화 혐한류>가 100만부의 판매고를 자랑하는 등 이전에도 ‘혐중반한’을 부추기는 서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10년 시작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과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혐중반한 관련 서적이 일본 출판계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는 분수령이 됐다. 올해 들어서만도 <매한론(한심한 한국론)>, <거짓말투성이의 일한근현대사> 등 3권의 혐한 관련 서적이 신서·논픽션 부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포함됐다. 특히 <지지통신> 서울 특파원 출신인 무로타니 가쓰미가 지은 <매한론>은 벌써 20만부 넘게 팔리며 7주 연속으로 상위 10위권를 유지하고 있다.
주간지들의 한국·중국 때리기는 더 노골적이다. 2013년 한해 동안 나온 <슈칸분슌> 49권 가운데 ‘중국’ ‘한국’ ‘센카쿠’ ‘위안부’ 등이 큰 제목으로 뽑힌 것은 48권, <슈칸신초>도 37권이나 됐다. ‘일본 주간지들은 혐한 기사가 없으면 잡지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닌 셈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에 대해 “혐한 콘텐츠가 장사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0대의 한 주간지 기자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혐한 관련 기사가) 팔리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공개된 국제 뉴스를 자극적으로 가공해 전달하는 것이어서 기사를 쓰기도 쉽고, 국내 정치인의 스캔들 뉴스와 달리 소송 위험이 낮다는 점도 혐한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성의 움직임도 미약하지만 싹트는 중이다. 그동안 한국 때리기에 열중해 온 <슈칸겐다이>는 지난달 말 “혐한에 취한 시람들은 정말 무기를 손에 들 것이냐”며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이시 유타카 게이오대학 교수는 “언론들이 한-일, 중-일이 대립하고 있는 모습만 보도하고 일상적인 교류와 관련된 뉴스는 사장시켜 버리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다. 언론의 보도 전체를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