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해 전방위 대응 카드를 연일 꺼내들고 있다. 독도와 역사 문제에서 양국의 갈등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경제·문화·민간교류 등으로까지 번져가는 최근 양상은 이례적이다.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있는 양국 사정상 관계 회복은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일, 전방위 카드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다음주 예정됐던 한-일 재무장관 회담의 취소를 17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 중단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의 엄중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지원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 차원에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오는 10월 유엔총회에서 2013~2014년 비상임이사국을 선출할 때 입후보 의사를 밝혀온 한국을 지지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민주당과 자민당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기 위해 중·참의원 양원에서 다음주 중 국회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뜻을 모았다. <교도통신>은 홍콩 단체의 센카쿠 상륙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항의도 포함될지 여부는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야당에선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 차원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말의 전쟁’
최근 한·일 양국의 갈등은 마치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치킨게임 양상이다. 일본 위성방송의 한국 드라마 방영 보류, 일본 카드회사의 한국 진출 연기에 이어 충남 당진시는 일본 아키타현 다이센시와의 자매도시 우호교류를 중단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10일 독도 방문을 하루 앞서 보도한 <교도통신>에 대해 “중징계를 할 방침”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외신들에 대한 엠바고 요청이 없었던데다 자체 취재를 통해 작성한 기사를 두고 중징계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분위기가 외신기자들 사이에 있다.
이런 상황을 몰고 온 결정적 계기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보다 일왕 관련 발언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 주재 한 일본 기자는 “리버럴한 매체들까지도 비판에 나서는 이번 사태를 보며 일본인들에게 일왕의 존재가 이 정도로 무거웠나 새삼스럽게 느꼈다”면서도 “이런 발언을 특히 한국의 대통령이 할 때 일어날 파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즈미 재무상도 이날 일왕 관련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예를 벗어나 일본 국민의 감정을 거스르는 발언은 나로선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조기 총선이 확실시되는 일본 정치 상황에서 영토 문제 등을 놓고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도 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디까지 가나?
악화되는 상황을 두고 새누리당에서도 대일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외교통상·통일 당정회의에서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은 “군 당국이 독도 방어 합동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이런 군사훈련은 자제해야 한다”며 “과유불급이다. 지나치게 세게만 나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홍준 외교통상통일위원장도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우리가 말려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익 경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일본이 오는 9월 한-일 정상회담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이쪽이 맞고 저쪽이 틀린 문제인데 피하지 말고 제대로 만나 정당성을 주장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고 전했고, 통화스와프 협정도 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에 일본 국내 경제계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영토 문제 등과 경제협력, 민간교류의 분리 정책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감정의 악순환을 자제하고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관계 회복은 냉각기를 거쳐 양국 모두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희 하어영 성연철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