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침팬지가 대학생보다 ‘순간 기억력’이 좋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고 일본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마쓰자와 데쓰로 소장(비교인지과학)이 이끄는 연구진은 4살짜리 어린 침팬지와 엄마 침팬지, 대학생 등 3개그룹으로 나눠 순간적 숫자 인지능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6개월에 걸쳐 침팬지에게 컴퓨터 화면에 불규칙하게 표시된 1~9의 숫자를 익히게 했다.

연구진은 숫자를 컴퓨터 화면에 표시한 뒤, 사각형 표시로 감추고는 작은 숫자부터 찾게 하는 실험을 했다. 0.7초 동안 표시해 기억하는 실험에서 3마리의 어린 침팬지 가운데 아윰이라는 가장 머리좋은 침팬지는 숫자를 모두 맞췄다. 반면, 대학생 9명은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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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5개로 줄이고 표시시간을 0.65초로 단축한 결과, 아윰과 대학생의 정답률은 80%로 비슷하게 나왔고, 엄마 침팬지는 50%에 머물렀다. 표시시간을 0.21초로 크게 줄인 실험에서는 대학생과 엄마 침팬치의 정답률이 각각 40%와 20%로 떨어졌지만, 어린 침팬지는 변함없이 높은 정답률을 보였다. 또 어린 침팬지는 순간적으로 본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10초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쓰자와 소장은 진화나 성장에 따라 순간적인 기억력이 저하되는 데 대해 “뇌의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능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옛 능력을 버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