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와키(가명·31)는 가나카와 현의 자동차제조회사에서 한때 파견사원(비정규직 노동자)으로 근무했다. 시간당 1200엔(약 9300원)을 받고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했다. 1주일에 한 번씩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5시까지 밤샘 작업도 했다. 일주일에 하루만 쉰 그의 한 달 월수입은 20만엔이었다. 그러나 그가 실제 손에 쥔 월급은 10만엔 정도에 불과했다. 직장에서 가까운 파견회사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그는 기숙사 비용 5만엔을 포함해 수도·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일자리에서마저 쫓겨나고 말았다. 어느 날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고 기침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파견회사로부터 “마스크 쓰고 일을 하라”는 독촉을 받고 며칠 동안 계속 일하다 쓰러졌다. 그 뒤 “이제 필요 없다”고 해고통보를 받고 기숙사에서 쫓겨났다. 그는 새로운 아파트를 빌릴 비용도 없었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주간 금요일>에 실린 오노의 경우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정상 생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워킹 푸어’(일하는 빈곤계층)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일본의 대기업은 전후 최대의 경기확대 속에 5년 연속 수익을 올리면서도 그 과실을 그들의 종업원들과 나누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기업들은 종업원들의 월급을 올리는 대신 격화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잉여금을 연구개발과 컴퓨터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쓰고 있다. 일본 노동자들의 월급은 1997년 이후 계속 하락하다 2005년 회계년도(2005년 4월1일~2006년 3월31일)에 평균 1% 올랐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006년 초에 비해 도로 1.1% 떨어졌다. 이의 영향으로 일본 전체 경제활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침체하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국세청의 민간 급여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연간 400만엔 이하의 비율은 2005년 54.8%로 4년 전의 51.9%에 비해 2.9%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소득 감소는 파트타임 노동자, 파견·계약사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10년 전 21%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 9월 현재 33.4%로 크게 늘어났다. 2005년 정규직이 1년새 36만명이 준 대신 비정규직은 69만명이나 늘었다.
일본의 최대 노동단체인 렌고가 올해 춘투에서 처음으로 파트타임 노동자의 시간당 최저임금 목표를 ‘1000엔’으로 내세운 것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