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 무사가 등장하는 일본 2021년판 <방위백서> 표지. 지난해에는 후지산으로 보이는 산에 꽃이 그려진 그림이 표지였다.
기마 무사가 등장하는 일본 2021년판 <방위백서> 표지. 지난해에는 후지산으로 보이는 산에 꽃이 그려진 그림이 표지였다.

일본 방위성이 올해 <방위백서>에 한국군의 독도 방위 훈련을 비난하는 내용까지 삽입했다. 독도 영유권 주장은 17년째 계속됐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13일 각의에 2021년판 <방위백서>를 보고했다. 올해 방위백서 중 한국과의 방위협력을 설명하는 부분에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포함한 주변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한국 방위 당국 쪽의 부정적 대응”으로 거론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일본은 지난해 <방위백서>에도 2018년 일본 해상자위대 비행 문제(일본은 한국 구축함이 자위대 초계기에 화기 관제 레이더를 가동했다고 주장)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 논란 등을 “한국의 부정적 움직임”이라고 기술했는데, 올해는 여기에 독도 방위 훈련까지 추가했다. “이러한 현안에 대해 일-한, 일-미-한 협력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한국의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다”고 적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기술이 있었으나 올해는 “일-미, 일-미-한 협력관계”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한국군의 “부정적 대응” 때문에 한-일 군사협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올해 <방위백서>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위대 주요 부대 소재지 △러시아 군사 활동 동향 △일본 주변 해공역 경계 감시 △주변국 방공식별권을 보여주는 각 지도에서 독도 위치에 “다케시마”라고 표시했다. 일본은 1970년 처음 <방위백서>를 발간하기 시작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때인 2005년 이후 17년째 <방위백서>에 독도 일본 영유권 주장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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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 <방위백서>에는 ‘한국의 군비증강과 국방예산’이란 1쪽 분량의 별도 코너를 신설해 “한국 국방예산이 2000년부터 22년 연속으로 늘고 2018년에는 구매력 평가로 환산하면 506억달러로 우리나라(일본) 방위예산 494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며 배경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넘겨받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깔려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 미사일 관련해서는 북한이 “탄도 미사일 탑재를 위한 핵무기 소형화·탄두화를 이미 실현해 이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우리나라(일본)를 공격할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며 지난해와 대체로 같은 기술을 했다. “북한의 일본 공격 능력 보유”라는 표현은 지난해부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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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이날 일본이 올해 방위백서에서 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오늘 발표한 방위백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질없는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특히 “(이번) 방위백서를 포함해 일본 정부가 최근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일본 정부의 부당한 주장이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우리 주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재차 분명히 하며,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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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변인은 이번 방위백서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일본 방문에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오늘 일본의 방위백서 발표 이전부터 실질적인 측면에서 양국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제하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해왔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새롭게 말씀드릴 진전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국방부도 이날 오전 방위백서의 독도 기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이 주한 일본 국방무관을 국방부로 초치해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적으로 시정할 것과 향후 이러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면서 “일본이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함과 동시에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하였다”고 밝혔다.

일본 올해 <방위백서>의 또다른 특징은 “대만 정세의 안정은 우리나라(일본)의 안전보장과 국제사회 안정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처음 명기했다는 점이다. 이어서 “한층 긴장감을 갖고 주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 정상회담 때 채택된 양국 공동성명에는 1969년 이후 52년 만에 대만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한편, 올해 <방위백서> 표지에는 말을 탄 사무라이 그림이 등장했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니시모토 유카로 게임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그림을 그려, 그의 작품은 젊은이들에게도 친숙하다. 젊은이들에게도 <방위백서>를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호전적인 기마 무사가 일본이 표방하는 전수방위(공격받을 때만 군사력을 행사하며, 그 범위는 최소한으로 함) 원칙에 비추어볼 때 적절한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아사히 신문>은 이 때문에 방위성이 “칼을 휘두르면 전수방위 (원칙)에 반한다”는 의향을 나타내, 사무라이는 손에 칼을 드는 대신 고삐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고 전했다.

조기원, 김지은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