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이 각각 8일과 9일 ‘극우의 소셜미디어’로 떠오른 팔러 앱을 자사의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스마트폰에 팔러의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AFP 연합뉴스
구글과 애플이 각각 8일과 9일 ‘극우의 소셜미디어’로 떠오른 팔러 앱을 자사의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스마트폰에 팔러의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AFP 연합뉴스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극우 세력의 소셜미디어로 떠오르고 있는 ‘팔러’ 앱을 자사의 앱스토어에서 삭제했고, 아마존은 팔러에 대한 ‘웹 호스팅’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팔러가 다른 웹 서비스 업체를 찾지 못하는 한, 11일(현지시각)부터 서비스 자체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구글은 8일(현지시각) ‘자유 발언’을 강조하며 사용자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팔러의 앱을 자사의 ‘플레이 스토어’에서 삭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구글은 “우리의 정책은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를 보여주는 앱의 경우, 폭력 조장 콘텐츠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최근 공공의 안녕이 위협받는 상황을 고려해, 팔러 앱을 플레이 스토어에서 일시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날 팔러에 대해 24시간의 유예 기간을 줬던 애플도 폭력 조장 방지 조처를 하기 않았다는 이유로 9일 자사의 앱스토어에서 팔러 앱을 일시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의 ‘웹 서비스’ 부문(AWS)도 이날 팔러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폭력을 조장하는 주장들이 팔러를 통해 퍼지는 것은 아마존의 서비스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10일 밤 11시59분(태평양 표준시 기준·한국 시각 11일 오후 4시59분) 웹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고 <버즈피드 뉴스>가 전했다. 이 때까지 팔러가 다른 서비스 업체를 찾지 못하면 소셜미디어 서비스 자체가 중단된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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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러의 존 매츠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팔러에 쓴 글에서 “우리는 정치적 동기에서 행동하는 기업과 자유 발언을 혐오하는 권위주의자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팔러는 “(아마존의 서비스 중단으로) 시스템을 재구축하려면 일주일 가량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팔러는 2018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지난해 미 대선 이후 주요 소셜미디어가 선거 부정 주장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극우 세력들이 대거 옮겨가면서 이용자가 100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극우의 소셜미디어’로 떠올랐다. 지난 6일의 의사당 난입 전후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인증 저지 방법 등 폭력적인 내용이 넘쳐났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팔러의 투자자 가운데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후원한 헤지펀드 투자자 로버트 머서가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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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팔러의 사용자가 아니지만, 그를 지지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팔러에서 이미 490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상태다. <폭스뉴스> 진행자 숀 해니티의 팔러 계정 팔로워도 700만명에 달한다.

구글 등 3사의 조처는 폭력 선동을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지만, 한편에서는 일부 기술기업이 인터넷 논의와 흐름을 자의적으로 규제하는 위험성도 제기한다고 <비비시>는 지적했다. <알자리라> 방송의 ‘더 스트림’ 프로그램 책임자 배리 멀론도 트위터에 쓴 글에서 “정보 유통을 사실상 독점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기술기업들의 전례 없는 정치적 권력을 응원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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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애플은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를 지배하고 있어서, 두 회사가 앱을 삭제하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접근하는 통로가 사실상 봉쇄된다. 이 경우는 기존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아마존 같은 웹 호스팅 서비스 업체들까지 제재에 나서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한순간에 인터넷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한편, 트위터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고, 페이스북도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적어도 임기 종료 시점(오는 20일)까지 정지시킨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와 함께 극우 세력들의 폭력 선동 등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런 조처는 너무 미온적이며 뒤늦은 조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