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시각) 한국전쟁의 공식 종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미국 연방하원 결의안을 지지하는 연방 하원의원이 51명으로 늘었다. 이날 민주당의 앨 그린 의원(텍사스)과 케이티 포터 의원(캘리포니아)이 각각 50번째와 51번째로 결의안 지지 서명을 했다. 차기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후보인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의원(캘리포니아)과 호아킨 카스트로 의원(텍사스), 그레고리 믹스 의원 (뉴욕)도 이미 결의안 지지를 표명한 바 있어, 세 의원 중 누가 위원장이 되더라도 외교위원회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의안을 주도한 ‘위민크로스DMZ’ 미국조직 담당자인 이현정씨는 “비록 북미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이긴 하지만, 이러한 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북미 간의 이슈를 긴장과 압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평화와 외교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결의안 채택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한인 커뮤니티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이룬 성과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대한 진전’으로 반기고 있다. 2018년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위민크로스DMZ’ ‘코리아 피스 나우’ 글로벌 캠페인 등 여성 평화운동 단체 주도로 맺은 눈물겨운 결실이다. 이들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 정계와 시민사회를 설득해야할 필요성을 느껴 캠페인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로 칸나 의원을 만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게 도왔다. 칸나 의원은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결의안이 제출된 이후, 미국 각 지역에는 12개의 ‘코리아 피스 나우 그래스루트 네트워크(KPNGN)’ 지역 조직이 구성됐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외동포연대가 함께 이 캠페인을 벌여왔다. 2년 가까이 의원 사무실을 방문하고 간담회에 참석해 의원들이 이 결의안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3월 워싱턴 디시에서 열려던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행동'이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된 뒤, 6월 온라인으로 84명의 의원 사무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민주당 젊은 진보의 상징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뉴욕), 대표적인 무슬림 여성 정치인 일한 오마르 의원(미네소타) 등 스타 정치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북미 관계 개선에 반발해 북미 대화를 부정으로 평가하지만, 이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 51명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11월3일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영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외동포연대 운영위원은 “미국 차기 행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기회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차기 행정부가 취할 최선의 길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운영위원은 특히 “결의안 서명 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은 민주당 내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른 접근 방식을 지지하는 그룹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의안 채택 캠페인을 해온 시민단체들은 2021년 시작하는 새 의회에서 이 결의안이 더 많은 지지를 받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이철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