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2박3일 워싱턴 방문이 19일(현지시각) 마무리됐다. 북한 관리로는 첫 ‘워싱턴 직행’으로 주목받은 그의 방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번째 정상회담으로 가는 가교 노릇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고, 의제인 비핵화-상응조처 협의를 위한 스웨덴 실무협상으로 곧바로 연결지은 게 큰 의미다. ▶관련기사 3·4면

김 부위원장 워싱턴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18일 낮 12시15분부터 90분간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이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 면담 직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께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2주 가까이 북한 관련 발언을 자제해온 트럼프 대통령도 이튿날인 19일 침묵을 깨고 “어제 북한과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 긍정적인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만남이었다. 거의 두시간 진행됐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아마도 2월 말 언젠가에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나라(정상회담 개최지)를 선정했지만 추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한 것이다. 정상회담 개최지로는 베트남 하노이나 다낭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타이 방콕 등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시엔엔>(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에 “하노이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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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면담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메신저인 김 부위원장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고, 비핵화와 상응조처에 관한 결단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지만 우리는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뤄왔다”며 “우리는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비핵화 추가조처를 할 경우 미국도 상응조처를 취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응조처로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개성공단 재개 등을 위한 일부 제재 완화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논의에 상당히 진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미 기간에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8일로 예정했다가 직전에 연기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고위급회담을 18일 오전 50분 동안 진행하고, 오후엔 90분간 오찬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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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 직후, 국무부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19~22일 스웨덴 방문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9월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실무협상이 처음 열리게 된 것이다. 북-미 두 정상이 최선희-비건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상응조처에서 ‘딜’을 이뤄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실무협상으로 이어진 게 매우 좋은 시작”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로 백악관 면담을 통한 최고지도자 간의 간접 소통과 김영철-폼페이오 고위급회담, 최선희-비건 실무협상까지 3개의 북-미 채널이 모두 가동되며 2차 정상회담에 추동력이 붙었다. 외교가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기초작업이 잘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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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선은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서 22일까지 3박4일간 열리는 실무협상으로 모이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까지 가세해 남-북-미 3각 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각자 장외에서 주장해온 비핵화 추가조처와 상응조처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얼마나 접점을 찾아내느냐에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성패가 달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