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에 대한 중국의 기술력이 미국을 앞지르는 ‘스푸트니크 충격’의 순간이 임박했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이를 앞두고 우주 탐사선 뉴허라이즌스가 태양계 밖 천체 밀집 지대인 ‘카이퍼 띠’에 도달해 영상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새해 초입부터 미-중 사이의 우주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일 중국 국가항천국을 인용해, 지난달 8일 발사돼 12일 달 궤도에 진입한 탐사선 창어(중국 신화 속 달의 여신) 4호가 2차례 궤도 조정과 중계위성 췌차오(오작교)를 통한 통신 테스트를 마친 뒤 착륙 시기를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박물관 연합체인 스미소니언 인스티튜트는 창어 4호가 늦어도 3일 달 남극 부근에 있는 에이트켄 분지의 폰 카르만 크레이터에 착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항천국은 창어 4호가 달에 탐사차량 위투(옥토끼)를 착륙시켜 천문 관측, 저주파 통신, 지표면 및 광물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도전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인류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달 뒷면에 대한 상륙 시도이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 주변을 도는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27.3일로 같아 지구에선 달의 뒷면을 관찰할 수 없다. 이는 달 뒷면에선 지구가 보이지 않아 착륙하는 우주선이 지구로 전파를 보낼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착륙 과정에서 통신이 불가능하고, 앞면보다 험준한 지형 탓에 뒷면 착륙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그 때문에 1969년 7월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를 비롯해 6번이나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은 물론 1976년 8월 루나 24호를 착륙시킨 소련도 뒷면 착륙에 성공한 적이 없다. 중국은 착륙 과정에서 통신이 중단되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별도 통신 위성 췌차오를 지구-달 사이의 중력균형지점에 쏘아 올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창어 4호의 달 뒷면 착륙이 성공하면, 냉전 시절이던 1957년 10월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려 미국을 경악시킨 ‘스푸트니크 충격’에 맞먹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중국은 1999년 첫 우주선 선저우 1호를 발사한 뒤 2011년 선저후 8호와 우주실험실 톈궁의 도킹 성공, 2013년 창어 3호의 달 착륙 성공 등 놀라운 성과를 거듭 쏟아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 탐사와 개발을 둘러싼 경쟁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한발 먼저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나사가 2006년 1월 쏘아올린 탐사선 뉴호라이즌스는 태양에서 65억㎞ 떨어진 광막한 우주 공간을 12년 동안 날아가 해왕성 밖의 천체 밀집 지대인 ‘카이퍼 띠’에서 천체 ‘울티마 툴레’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외신들은 미국 동부시각 1일 오전 0시33분(한국시각 오후 2시33분) 뉴호라이즌스이 보내온 신호가 처음 포착되자, 메릴랜드주 로럴에 위치한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졌다고 전했다. 뉴호라이즌스는 시속 5만1500㎞로 표주박처럼 생긴 울티마 툴레에 3540㎞ 거리까지 접근해 촬영한 자료를 10시간에 걸쳐 보내왔다.
카이퍼 띠가 천문학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해왕성이 없었다면 카이퍼 띠를 형성하는 물질들이 뭉쳐 독립 행성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짐 브라이든스틴 나사 국장은 “태양계 탄생의 힌트를 쥐고 있는 물체를 처음 직접 탐사했다”며 이번 발견의 의의를 설명했다.
길윤형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