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중국의 우주 탐사선 ’창어 4호’를 실은 로켓이 쓰촨성 우주발사기지에서 우주를 향해 치솟고 있다. 중국 국가항천국 제공
지난달 8일 중국의 우주 탐사선 ’창어 4호’를 실은 로켓이 쓰촨성 우주발사기지에서 우주를 향해 치솟고 있다. 중국 국가항천국 제공

달 탐사에 대한 중국의 기술력이 미국을 앞지르는 ‘스푸트니크 충격’의 순간이 임박했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이를 앞두고 우주 탐사선 뉴허라이즌스가 태양계 밖 천체 밀집 지대인 ‘카이퍼 띠’에 도달해 영상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새해 초입부터 미-중 사이의 우주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일 중국 국가항천국을 인용해, 지난달 8일 발사돼 12일 달 궤도에 진입한 탐사선 창어(중국 신화 속 달의 여신) 4호가 2차례 궤도 조정과 중계위성 췌차오(오작교)를 통한 통신 테스트를 마친 뒤 착륙 시기를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박물관 연합체인 스미소니언 인스티튜트는 창어 4호가 늦어도 3일 달 남극 부근에 있는 에이트켄 분지의 폰 카르만 크레이터에 착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항천국은 창어 4호가 달에 탐사차량 위투(옥토끼)를 착륙시켜 천문 관측, 저주파 통신, 지표면 및 광물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도전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인류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달 뒷면에 대한 상륙 시도이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 주변을 도는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27.3일로 같아 지구에선 달의 뒷면을 관찰할 수 없다. 이는 달 뒷면에선 지구가 보이지 않아 착륙하는 우주선이 지구로 전파를 보낼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착륙 과정에서 통신이 불가능하고, 앞면보다 험준한 지형 탓에 뒷면 착륙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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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1969년 7월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를 비롯해 6번이나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은 물론 1976년 8월 루나 24호를 착륙시킨 소련도 뒷면 착륙에 성공한 적이 없다. 중국은 착륙 과정에서 통신이 중단되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별도 통신 위성 췌차오를 지구-달 사이의 중력균형지점에 쏘아 올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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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허라이즌스가 태양계밖의 카이퍼띠에서 관측한 천체 울티마 툴레의 모습. 가운데가 홀죽한 표주박처럼 생겼다. 나사 제공
뉴허라이즌스가 태양계밖의 카이퍼띠에서 관측한 천체 울티마 툴레의 모습. 가운데가 홀죽한 표주박처럼 생겼다. 나사 제공

창어 4호의 달 뒷면 착륙이 성공하면, 냉전 시절이던 1957년 10월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려 미국을 경악시킨 ‘스푸트니크 충격’에 맞먹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중국은 1999년 첫 우주선 선저우 1호를 발사한 뒤 2011년 선저후 8호와 우주실험실 톈궁의 도킹 성공, 2013년 창어 3호의 달 착륙 성공 등 놀라운 성과를 거듭 쏟아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 탐사와 개발을 둘러싼 경쟁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한발 먼저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나사가 2006년 1월 쏘아올린 탐사선 뉴호라이즌스는 태양에서 65억㎞ 떨어진 광막한 우주 공간을 12년 동안 날아가 해왕성 밖의 천체 밀집 지대인 ‘카이퍼 띠’에서 천체 ‘울티마 툴레’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외신들은 미국 동부시각 1일 오전 0시33분(한국시각 오후 2시33분) 뉴호라이즌스이 보내온 신호가 처음 포착되자, 메릴랜드주 로럴에 위치한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졌다고 전했다. 뉴호라이즌스는 시속 5만1500㎞로 표주박처럼 생긴 울티마 툴레에 3540㎞ 거리까지 접근해 촬영한 자료를 10시간에 걸쳐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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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퍼 띠가 천문학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해왕성이 없었다면 카이퍼 띠를 형성하는 물질들이 뭉쳐 독립 행성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짐 브라이든스틴 나사 국장은 “태양계 탄생의 힌트를 쥐고 있는 물체를 처음 직접 탐사했다”며 이번 발견의 의의를 설명했다.

길윤형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