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현지시각)부터 1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8차 유엔총회에서 각국 대표 기조연설의 초반부 초점이 이란 핵과 시리아 사태에 맞춰졌다면, 마지막에는 북한 핵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 오전 기조연설에서 예년과 달리 핵무기 보유 권리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네타냐후 총리는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포기를 약속했으나 1년 뒤 핵실험을 강행했다며, 이란이 북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북한의 이동일 차석대사가 ‘답변권’을 신청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 특수한 사정이 있다”며 “미국이 1957년 한반도에 첫 핵무기를 배치하고 70년대에는 1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들여왔으며, 2002년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핵 선제공격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가 매년 합동 군사연습을 해오고 올 3월에는 거의 전쟁 직전 상태까지 갔다”며 “핵 보유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핵 보유국으로서 남의 얘기를 할 자격이 없고, 중동의 안정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로부터 약 20분 뒤 한국 대표가 반박 발언에 나섰다. 당시 현장에 있던 임상범 참사관이 오준 유엔대표부 대사의 지시를 받아 “북한 대표의 주장에 대해 분명히 하고 싶은 게 있다”며 북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한-미 군사연습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연례적으로 해오는 것으로 방어적 성격”이라며 “이는 지난 수십년간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핵문제에 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여러 차례 결의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북한 쪽이 다시 답변권을 신청해 한-미 군사연습은 공격적인 것이라며 “남한 대표의 발언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 결의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 때문에 이뤄지는 것으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한국 쪽이 재반박에 나섰다. 한반도 긴장은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탓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는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이고, 안보리 외에도 80개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의 소위원회 등에서 남북한이 공방을 하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유엔의 모든 회원국이 참석하는 총회장에서 각각 두차례씩이나 공방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기조연설이 끝난 뒤 답변권을 신청한 나라는 남북한을 제외하면 5개국뿐이다.
유엔본부(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