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만년 전에 살았던 3살 여자 아이의 화석이 ‘인류 진화의 비밀을 풀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에티오피아 출신 고고인류학자 제레세나이 알렘세게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21일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아이가 직립보행 등 인류의 특징과 유인원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현생인류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밝혀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셀람’(에티오피아어로 평화란 뜻)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아이의 화석은 5년 전 에티오피아 북동부 디키카 지역에서 발견됐다. 두개골과 몸통, 팔과 다리 뼈 등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다. 셀람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돼 ‘현생인류의 어머니’로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 ‘루시’와 같은 종이다. 셀람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아이 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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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셀람이 원시적 이빨과 작은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하체 뼈를 보면 현생인류처럼 두발로 곧게 서서 걸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어깨뼈와 굽은 손가락, 굵고 짧은 목 등 상체는 고릴라와 매우 비슷하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실제로 유인원처럼 자유롭게 나무타기를 했다는 의미인지, 진화과정에서 남아 있는 특징인지는 아직 논란 중이다.

컴퓨터 단층촬영에서는 돋아나지 않은 채 턱에 들어 있는 치아들이 나타났다. 화석화되기 매우 어려운 설골이 보존돼 목소리를 내는 방식도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혀 근육에 붙어 있는 설골이 침팬지와 비슷한 점을 들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침팬지와 비슷한 소리를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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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람의 두뇌 용량은 약 330㏄로 성인 아파렌시스의 63~88% 정도다. 3살짜리 침팬지의 두뇌 용량은 성체의 90% 이상인데, 그에 비해 셀람의 두뇌 성장 속도가 느린 것은 사람에 가깝게 진화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유년기가 긴 것은 현생인류의 특징이다.

연구진은 사암에 묻혀 있던 화석에 붙어 있는 사암 알갱이를 5년간 하나씩 긁어낸 끝에 원형을 복원했다. 아직 꺼내지 못한 발뼈가 발굴되면 더 많은 의문이 풀릴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