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3 내란사태에 따른 정국 혼란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예고한 관세가 한국 경제에 더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이 총재는 이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 실패로 인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중대한 구조 개혁”이 지연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적 위기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심화하는 중국과 경쟁이나 트럼프가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에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관세에 한국 수출업체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 비하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한다”면서 “그러나 국내적 요인과 비교할 때 외부 요인이 현재 우리에게 훨씬 더 큰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관세 폭탄 엄포가 “(한국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수출 성장이 호조를 보였지만 두 가지 이유로 수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면서 “하나는 관세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경쟁력이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내뿐 아니라 중국 밖에서도 중국 상품의 과잉 공급이 매우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윤 대통령의 계엄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오래 가지 않았고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의) 신속하고 포괄적인 예방조처로 빠른 속도로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고 안정시켰다”고 했다.
신문은 3일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한국 증시 지수가 6% 이상 하락했고, 원화는 달러 대비 3% 가까이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2004년과 2017년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잘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주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벌어진 위기를 이유로 한국을 선진국 시장 지위로 격상해야 한다는 요구에 저항해 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지수 평가자들의 주장은 반박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개발도상국 지위가) 북한 문제 때문이라거나 우리의 자본 통제 때문이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MSCI 인사들이 ‘당신의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인터뷰 기사의 마지막을 이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