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에서 라파흐로 피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5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에서 라파흐로 피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붙잡아 간 이스라엘 인질들이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운영 중인 병원 중 최대 규모인 나세르 병원을 공격하고 무덤을 파헤쳤다.

15일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을 공격했다. 이 병원은 가자지구 내에서 현재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병원 중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군이 일주일 전부터 이 병원을 포위해 수백명의 직원과 환자, 민간인들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에게 병원을 떠나라고 명령한 뒤 공격했다. 현장이 촬영된 소셜미디어 영상을 보면, 곳곳에선 총성이 울리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병원 내부에서 숨을 곳을 찾아 뛰어다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지금 나세르 병원에 부상당한 민간인 뒤에 숨어있다”며 “하마스가 붙잡은 인질 주검이 아직 병원 내 존재한다는 믿을 만한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병원 내 무덤까지 파헤쳤지만, 주장하던 인질을 찾지 못했다. 대신, 수십명을 테러 용의자라며 체포했다.

광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460여명의 직원과 환자, 민간인들에게 치료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병원 내 오래된 건물로 이동을 명령했으며, 병원에 남겨진 이들은 마실 물과 음식도 없는 처참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민간인들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나세르 병원에서 수십㎞ 떨어진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로 피란하고 있다. 복부에 심한 상처를 입은 라에드 아베드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병원을 나와 라파흐로 피란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떠나는 민간인들에게 속옷을 벗게 하고 일부는 체포했다고 말했다.

광고
광고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시작된 가자 전쟁은 넉 달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전투가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에 임했던 이스라엘 대표단은 협상장이었던 이집트에서 귀국했고 논의는 중단됐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지난 14일 이스라엘과 양국 국경 지대에서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교전을 벌였다.

한편, 이스라엘과 남부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가자지구 국경도시 라파흐까지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퍼붓자,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 난민 캠프를 이집트 영토에 건설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집트 관계자들을 인용해 시나이 사막에 팔레스타인 주민 10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약 20㎢ 규모의 난민 캠프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팔레스타인 난민이 이집트 영토로 넘어올 경우를 대비한 비상 계획의 일환이다. 이 난민 캠프는 이집트인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있으며,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많은 텐트를 칠 것이라고 이집트 관계자는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