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현지시각)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현지시각)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014년 합의한 대로 국내총생산(GDP) 2%를 국방비로 쓰지 않는 국가한텐 미국이 방어 의무를 지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쏟아내면서 유럽뿐 아니라 한국 역시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몰고 올 수 있는 안보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부터 이어진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유럽·아시아의 동맹들과 큰 갈등을 벌여왔다. 유럽에선 국방비 2%를 지키지 못하는 독일 등을 겨냥해 주독미군 감축 등의 카드를 꺼내 들며 막말을 쏟아부었고, 동아시아에선 주요 동맹인 한국·일본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을 최대 5배 더 내라는 무리한 요구를 거듭했다.

특히, 한반도와 관련해선 2018~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북핵 문제 해결에 큰 돌파구를 여는 모습을 보였지만, 동시에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한국과 협의 없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큰 충격을 안겼다. 그와 동시에 유럽에서 한 것처럼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얻어내려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활용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2022년 펴낸 회고록 ‘신성한 맹세’ 등을 보면, “한국인들은 상대하기가 끔찍하다”며 여러번 미군 철수를 주장하자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이를 만류하며 “대통령님, (주한미군 철수는) 두번째 임기 때 우선순위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달래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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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2025년 종료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과정에서 분담금을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하고 이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철수 위협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약속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수시 전개 약속의 후퇴 등의 조처도 이뤄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2018~2020년은 북-미,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화를 이어가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가동되던 국면이었다. 그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행’에도 큰 안보 공백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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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상황은 당시와 크게 다르다.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뤄진 북-미 실무접촉 이후 북-미, 남북 대화는 4년 넘게 완전히 끊긴 상태다. 북한은 2022년 9월 ‘선제 핵사용’ 독트린을 입법화한 데 이어, 다양한 종류와 사거리의 미사일을 쏘아대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나아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시정연설 등을 통해 남북 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선언했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확장억지 공약을 뒤로 물리며 ‘더 큰 대가’를 지급하라고 팔을 비틀면 한국은 속절없이 상대의 요구를 삼켜야 할 수도 있다.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위해 ‘몰빵’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 외교가 큰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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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격 발언에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 시엔엔(CNN) 방송에서 “나토 문제에 더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려고 (방위비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한 것”뿐이라며 “대통령 경험이 있는 트럼프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