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최대 주주 알파벳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인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 ‘웨이모’가 군중들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타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인 가운데, 앞서 인명사고가 몇차례 발생했던 무인 택시에 대한 현지인들의 분노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엔비시(NBC),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보면 샌프란시스코 소방청은 전날인 10일 밤 차이나타운이 있는 잭슨 스트리트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주행 중이던 웨이모 무인 택시를 습격해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엑스(X·옛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몇몇 사람들이 웨이모 택시의 창문을 스케이트보드로 두드려 깨뜨리고, 차량에 낙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여럿 올라왔다. 또 불에 타고 있는 웨이모 택시와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게시됐다. 영상 속 차량은 사람이 타지 않고 비어 있는 상태였다.
샌프란시스코 소방청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저녁 9시께 불을 끄기 위해 출동했을 때 차량 안에는 사람이 탑승하고 있지 않았고, 이에 부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이날 밤 11시30분께 공식 엑스 계정에 “차량 내부에서 폭죽에 불이 붙었고 이로 인해 차량 전체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한 목격자는 로이터에 음력 설을 맞은 사람들이 폭죽놀이를 하던 중 누군가가 웨이모 택시의 후드(엔진 덮개) 위로 뛰어 올라가 앞유리를 깨뜨렸다고 말했다. 30초쯤 뒤 또다른 사람이 후드에 올라가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로 호응했다고 이 목격자는 전했다. 웨이모 쪽은 성명을 내고 “사고 당시 차량은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 중이었고 이제 막 승객을 내려 준 상태였다”면서 “지역 치안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시 경찰청은 현지 언론에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관련자에 대한 체포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날 불에 탄 택시의 차종이 재규어의 ‘아이 페이스’(I-PACE)로, 29대의 카메라와 센서가 달려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시엔비시(CNBC) 등은 시민들이 무인 택시를 공격한 게 처음이 아니라며, 이번 사건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무인 택시에 의한 인명사고에 대한 분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CPUP)는 지난해 8월 알파벳의 웨이모와 지엠(GM)의 크루즈 등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하루 24시간 유료 운행을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허가했다. 당시 무인 택시 운행 확대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웨이모와 크루즈의 운행을 방해하려 주행 중인 무인 택시 보닛에 주황색 안전 고깔을 던지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운행 허가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사람이 운전하는 다른 차량에 치인 여성을 발견하지 못한 크루즈 택시가 이 여성을 6m가량 끌고 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당국은 크루즈 운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 여성은 사망하지는 않았다. 이에 2월 현재 웨이모만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등 미국 서부 도시 3곳에서 무인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일 한 웨이모 택시가 자전거를 들이받아 자전거 운전자가 경상을 입는 사고가 나면서 크루즈에 이어 웨이모도 당국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과 미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자사의 택시가 부상자를 발생시킬 확률이 사람이 모는 자동차의 7분의 1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