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의 메인 앵커가 생방송 도중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사과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7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비비시 메인 앵커 가운데 한 명인 마리암 모시리가 전날인 6일 정오에 진행된 뉴스가 시작되자마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린 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가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날 방송 사고는 뉴스 시작을 앞두고 남은 시간을 카운트다운 하다가 화면이 스튜디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모시리는 방송 화면이 스튜디오를 비추는지 모르고 카메라 너머 제작진에게 장난스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가 방송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손을 거두고 진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 출석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시청자들의 눈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결국 모시리는 다음 날인 7일 소셜네트워크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어제 방송 시작 전 팀 동료들과 장난을 치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방송 시작을 앞두고 메인 피디가 카운트다운을 하길래 열 손가락을 차례로 접어가며 같이 숫자를 세다가 마지막에 손가락 하나를 남겨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난으로 한 일이고 카메라에 잡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같은 팀원 간 사적인 농담이 전파를 타게 됐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시청자를 겨냥하거나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은 절대 아니다. 불쾌하게 느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의 사과문을 두고 영국 누리꾼들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비비시에 내는 수신료를 환수해야 한다”며 분노하는가 하면, “비비시에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로서 앞으로 이런 행동을 더 많이 해주기를 요청한다”며 재밌어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가디언은 이 같은 해프닝이 앞서 발생한 또 다른 비비시 방송사고에 비하면 “사소한 축”이라며 과거 해프닝을 조명했다.

지난 2010년에는 비비시의 기상 캐스터 토마즈 샤퍼네이커가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동안 메인 앵커 사이몬 맥코이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장난을 치다가 갑작스레 화면이 전환되며 이 같은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당황한 샤퍼네이커는 사색이 돼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던 손으로 급히 턱을 긁는 시늉을 하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가 더 큰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2016년에는 비비시의 한 오전 뉴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생방송 인터뷰를 앞두고 스코틀랜드 전 장관을 소개하면서, 장관 영상 대신 런던동물원에서 탈출한 고릴라의 영상을 잘못 트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2006년에는 비비시 아이티(IT) 직군에 지원하러 방송국을 찾은 한 구직자가 아이티 전문가로 둔갑해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에서 앵커에게 인터뷰 당하는 대형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제작진이 그를 이름이 같은 전문가와 착각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