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탐사 전문 매체인 <팩트와이어>(FactWire)가 10일 운영을 중단했다. <핑궈일보>, <입장신문>, <시티즌뉴스>에 이어 최근 1년 새 네 번째 이뤄진 홍콩 언론의 폐간이다.
<팩트와이어>는 이날 “최근 언론 환경이 크게 변화해 여러 차례 계속 이어갈 공간이 있는지 고민했지만 항상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의 핵심 가치와 신념을 굳게 지키고 항상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모든 일에는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이제는 작별을 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팩트와이어>는 폐간을 하는 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또 다른 홍콩 민주 언론인 <홍콩프리프레스>는 “팩트와이어의 해산 이유가 불분명하다”면서도 “(팩트와이어가)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의 아들이 중국 사업과 연결됐다고 보도한 지 몇 주 만에, 그리고 구독자 정보가 해킹된 지 한 달여 만에 해산 발표가 나왔다”고 전했다. <팩트와이어>의 홍콩 최고위층 관련 보도와 해킹 사고 등이 해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팩트와이어>는 2015년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통해 3300명에게 모금한 470만홍콩달러(약 7억6천만원)를 종잣돈으로 설립했다. <팩트와이어>는 “양극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정부 압력과 기업 이익, 정치적 자기 검열 때문에 점점 훼손되고 있는 미디어 산업이 남긴 중요한 격차를 메웁니다”라고 설립 동기를 밝혔다.
최근 1년 새 홍콩에서는 언론 매체의 폐간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7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언론 탄압과 표현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홍콩 보안법은 2020년 국가분열과 국가전복 등을 막는다는 이유로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률로 인해 2047년까지 보장하기로 한 홍콩과 중국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제도) 약속이 사실상 깨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콩 보안법이 도입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6월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파 매체인 <핑궈일보>가 자진 폐간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이 매체의 편집국을 압수수색하고 간부들을 체포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조처 등을 취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입장신문>과 <시티즌뉴스>가 당국의 수사 등을 받는 과정에서 문을 닫았다. <입장신문>의 일부 간부는 선동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달 발표한 ‘2022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세계 180개 국가 중 148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순위는 80위였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