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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사티시 쿠마르 “아메리칸 원주민들처럼, 7세대 뒤를 생각하라”

등록 :2021-09-02 04:59수정 :2021-09-02 08:05

[안희경의 내일의 세계] 7. 사티시 쿠마르
사티시 쿠마르는 사랑함으로써 지구의 몰락을 멈추자고 제안한다. 그가 영국 데번주 다팅턴에 창립한 슈마허대학의 졸업생들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 제프 댈글리시(Geoff Dalglish)
사티시 쿠마르는 사랑함으로써 지구의 몰락을 멈추자고 제안한다. 그가 영국 데번주 다팅턴에 창립한 슈마허대학의 졸업생들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진 제프 댈글리시(Geoff Dalglish)

사티시 쿠마르(Satish Kumar)ㅣ 인도 출신의 국제적인 평화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 교육자로 ‘녹색운동의 성자’로 불린다. 1936년생.

사티시 쿠마르는 아홉살 때 아힘사(생물을 해치지 않음) 원칙에 철저한 자이나교에 출가했다. 모든 친지와 접촉을 끊고, 세속을 멀리한 채 9년 동안 자이나교 스님으로 탁발하며 인도 전역을 걷는 수행을 했다. 열여덟살 때 더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고자 환속하였고, 독립한 인도에서 간디의 뜻을 이루기 위해 토지개혁 운동에 앞장섰다. 수천명의 사람들과 함께 걸어 다니면서 불가촉천민들에게 땅을 나눠주도록 부유한 지주들을 설득했다. 400만에이커 땅을 가난한 천민들이 함께 경작하고, 공동 교육체계를 갖추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몇해 뒤 인도에서 시작해 모스크바, 런던, 파리, 워싱턴디시로 이어지는 8천마일 세계평화순례를 이끌며 반핵운동을 확산시켰다.

사티시 쿠마르는 1973년부터 영국에 자리 잡으며, 생태적 사고와 전통문화, 그리고 자연의 지혜를 탐색하는 격월간 잡지 <리서전스>(Resurgence) 편집장으로 30여년간 서구 지식인 사회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앞장서왔다. 1991년에는 동지이자 스승인 에른스트 프리드리히(E. F.) 슈마허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인 생태 사상 연구 교육기관인 ‘슈마허대학’을 존 레인, 모리스 애시와 함께 설립했다. 개교부터 2010년까지 프로그램 총책임자를 지냈고, 슈마허대학을 국제적인 생태센터로 성장시켰다. 지금도 강사로 참여하는데, 그의 강의를 듣고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는 학생들을 슈마허 교정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또한 그는 환경운동가로 ‘향후 50년을 위한 글로벌 어젠다’ 제정을 주도했으며, 국제사회에서 환경교육의 장을 연 인물로 손꼽힌다. <비비시>(BBC) 방송은 사티시 쿠마르를 중심으로 <지구 순례자>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2001년 ‘세계 간디의 비전을 증진시키는 잠날랄 바자지 상(Jamnalal Bajaj Award)’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부처와 테러리스트>, 자서전 <녹색성자 사티시 쿠마르의 끝없는 여정> 등이 있다.

사티시 쿠마르는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이며 교육자다. 그는 1991년에 영국 데번주 다팅턴에 슈마허대학을 창립했다. 세계 90여 나라에서 학생들이 모여들고 배출한 졸업생들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주요하게 활동한다.

슈마허대학이 지역 경제, 순환 경제 활동의 중심에 설 수 있던 배경을 사티시 쿠마르의 저력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이반 일리치, 토머스 베리, 달라이 라마, 제임스 러블록, 프리초프 카프라, 웬들 베리, 반다나 시바, 앤터니 곰리 등 세계적인 사상가, 과학자, 예술가들이 그의 동지로 슈마허대학에 와서 지혜와 지식을 나누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티시 쿠마르는 사랑함으로써 지구의 몰락을 멈추자고 제안한다. 지난 8월2일 오후 4시(영국 현지시각) 데번주 하틀랜드 자택에 있는 사티시 쿠마르와 화상으로 나눈 대화다.

안희경(이하 안) 2년 전, 선생님께서 졸업식에서 했던 말을 제게 들려주셨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2021년 하계 졸업식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슈마허를 떠나는 학생들에게 전하셨나요?

사티시 쿠마르(이하 사티시) ‘세상 속으로 가라. 그러나 일자리를 좇지는 말라’라고 했습니다. 몇몇 사람들과 협력해서 새로운 일을 창조하거나 협동조합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대기업에 취직하지는 말라고요. 일을 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떠날 때 제가 한 말이에요.

당신은 평범하되 비범하다

매우 위험한 말씀인데요. 그 학생들이 어떻게 일상을 꾸려갈 수 있을까요? 먹고살고 집세도 내야 합니다.

사티시 저는 제 학생들이 위험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모험하길 바라요. 쉬운 답을 좇지 않으면 좋겠어요. 모험 없고, 어려움 없이 꼬박꼬박 월급 받는 평범한 삶은 지루한 인생입니다. 저는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도전적인 일을 찾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서점을 창조하거나 새로운 식당을 창조하거나 새로운 농장, 새로운 출판 사업을 벌이는 거예요. 단지 돈을 벌고 청구서를 지불하기 위해 사는 삶은 인간의 가치를 낭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온갖 청구서를 납부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인간의 가치인가요?

사티시 인간을 뜻하는 영어 단어 휴먼(human)은 라틴어 후무스(humus)에서 유래했습니다. 후무스는 토양이라는 뜻이에요. 인간의 가치는 흙과 같은 것이죠. 토양의 특질은 무엇입니까? 첫째, 재생성입니다. 당신이 흙 속에 씨앗 하나를 심으면 흙은 큰 ​​나무로 만듭니다. 사과 수천 알 혹은 오렌지, 망고, 바나나 수백 송이를 생산할 거예요. 흙은 더 많은 것을 재생산하고 창출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재창조하고 재생산을 해야 해요.

두번째 흙의 특질은 겸허함(humble, 험블), 겸손(humility, 휴밀리티)입니다. 영어 단어 험블과 휴밀리티도 후무스에서 왔습니다. 이 둘은 같은 의미예요. 우리는 모두 겸손해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너무도 거만합니다. 흙은 언제나 당신의 발아래 있어요. 흙이 많은 음식, 많은 채소와 약초, 꽃을 생산하듯이 우리도 무언가를 창조합시다. 라틴어 후마스(humas, 흙, 겸손)와 영어 휴먼(human, 인간)이 같은 뿌리, 같은 세계에서 나왔듯이 우리도 흙으로 만들어졌어요. 우리는 대지가 키워낸 존재입니다. 그러니 흙처럼 행동하고 재생산하고 겸손해야죠.

“저는 제 학생들이 위험하게 살기 바랍니다. 쉬운 답을 좇지 않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서점을 창조하거나 새로운 식당을 창조하거나 새로운 농장, 새로운 출판사업을 벌이며 살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폐기물로 인한 오염을 막을 수 있어요. 열대우림 벌채를 멈추고, 플라스틱을 생산해 바다에 버리는 것을 멈출 수 있습니다. 함께 순환경제를 위해 행동한다면, 이 세상은 수백만년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저의 성냥은 버트런드 러셀이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레타 툰베리나 마틴 루서 킹에게서 영감을 받습니다. 우리는 눈을 뜨고 가슴을 열어 영감을 받아 스스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스스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저는 인공지능을 반대합니다. 이는 이 행성에 더 많은 파괴를 불러올 것입니다. 우리는 지능의 약 20~30%만 사용하고 70%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물질을 낭비하지도 않습니다.”

여러 석학들이 우리가 몰락하는 행성에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이 세상이 아직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사티시 예,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있고, 더 나은 세상으로 전환할 가치가 있어요. 이 몰락은 인간 활동 때문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폐기물로 인한 오염을 막을 수 있어요. 열대우림 벌채를 멈추고, 플라스틱을 생산해 바다에 버리는 것을 멈출 수 있습니다. 공장식 축사에 동물을 가두는 짓을 멈출 수 있습니다. 이제, 함께 재생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순환 경제가 되도록 행동한다면, 이 세상은 수백만년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우리가 붕괴하는 진행을 바꿀 수 있을까요?

사티시 우리는 모두 평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비범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서 킹, 마더 테레사, 그레타 툰베리, 이들이 모두 그 증거입니다. 모든 사람은 잠재적으로 위대한 인간이며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힘, 세상을 전환시키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결코 스스로 약하다거나 무능하다거나 귀찮다고 느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평범한 저는 최선을 다해 세상을 지속 가능하고 재생 가능하도록 만드는 그 길에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 힘을 찾으셨나요?

사티시 그 증거들을 보았고 경험했어요. 저는 인도에서 미국까지 돈 한 푼 없이 평화를 촉구하며 129만㎞를 걸었습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냥 집에서 직장을 잡고 청구서를 내다 죽는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힘은 나오지 않았겠죠. 하지만 활동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내면에 힘을 가지고 있어요. 마치 촛불이 타오르는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요. 우리 모두의 내면은 빛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휴면 상태일 뿐입니다. 우리에겐 그 초에 불을 붙일 성냥이 필요해요.

2011년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해마다 열리는 ‘지구, 마음, 사회를 위한 지역 행동 콘퍼런스’에서 사티시 쿠마르가 강연하고 있다. 그는 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남북미 전역에서 강연 요청을 받는다. 사진 기옘 페레르(Guillem Ferrer)
2011년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해마다 열리는 ‘지구, 마음, 사회를 위한 지역 행동 콘퍼런스’에서 사티시 쿠마르가 강연하고 있다. 그는 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남북미 전역에서 강연 요청을 받는다. 사진 기옘 페레르(Guillem Ferrer)

버트런드 러셀이 나에겐 ‘성냥’이었다

그때 이야기를 더 들려주시겠습니까? 왜 걸었고, 어디서 자신을 불태울 성냥을 찾았는지요.

사티시 그 성냥은 영국의 버트런드 러셀입니다. 아흔살에 핵무기 반대 시위를 하다 감옥에 갇혔어요. 노벨상을 수상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경이 90이라는 나이에 감옥에 갇힌 그 사건이 제겐 성냥이었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세계 평화를 위해 감옥에 가는 90세 인간이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는 친구와 둘이 인도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파리, 런던, 워싱턴, 세계의 4개 핵 수도를 잇는 대장정 길을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2년 반 동안 15개국을 걸었습니다.

이슬람 국가, 기독교 국가, 공산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 부유한 국가, 가난한 국가를 걸었어요. 크렘린궁에 갔고 백악관에 갔습니다. 우리는 핵무기 폐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서 영감을 받고 예시를 얻을 수 있어요. 저의 성냥은 버트런드 러셀이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레타 툰베리에게서 영감을 받고, 마틴 루서 킹에게서 영감을 받습니다. 우리는 눈을 뜨고 가슴을 열어 영감을 받아 스스로 촛불을 켜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러다 마침내 스스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지난 8월2일 영국 데번주 하틀랜드에 있는 자택에서 사티시 쿠마르가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장면.
지난 8월2일 영국 데번주 하틀랜드에 있는 자택에서 사티시 쿠마르가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장면.

그 힘의 바탕은 무엇인가요?

사티시 사랑입니다. 당신이 삶을 사랑할 때, 이 행성 지구를 사랑할 때, 당신은 자연을 사랑합니다. 당신은 인류를 사랑합니다. 당신은 시를 사랑합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선을 사랑하며, 그렇게 당신이 사랑할 때 당신은 보호받습니다. 우리의 가슴속에 사랑이 있다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사랑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요?

사티시 사랑은 책에 있지 않습니다. 교회에 있지도 않고, 절에 있지도 않아요. 사랑은 당신의 가슴(heart)에 있습니다. 그저 당신의 가슴속을 보고 거기 있는 사랑의 힘을 사용하세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입니다. 부처님도 그렇게 하셨어요. 마틴 루서 킹도 사랑의 힘을 사용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슴은 어디에 있습니까?

사티시 가슴은 사랑의 집이에요.

그러니까 그 사랑의 집인 가슴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여기요?

사티시 아닙니다. 아니에요. 당신 손이 있는 그 펄떡이는 가슴은 단지 피를 순환시키는 심장일 뿐입니다. 사랑은 우리 몸 전체 속에 있어요. 몸 전체가 사랑이며, 당신의 생각, 영혼, 의식, 지성, 상상력, 그리고 손과 발과 눈이 사랑이에요. 모든 것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몸 밖에도 있어요. 당신은 사랑의 희망 안에 있고 사랑은 당신 안에 있고 당신은 사랑 안에 있습니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 ‘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입니다. 내가 내 마음을 모르니까요. 내 마음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마음을 보는 설명서가 필요합니다.

사티시 마음을 찾으려면, 눈을 감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을 해야 합니다. 눈을 감고 말해보세요.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내 마음이다.” 그것이 마음을 찾는 방법이에요. 설명서죠. 당신은 대우주의 축소판입니다. 소우주죠. 우리 모두는 오랜 진화로부터 여기 당도해 있어요. 빅뱅에서부터 지금까지 전 과정을 우리 안에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거대 우주의 매우 압축된 소우주로서 이 모두를 담고 있는 것이죠. 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명상을 해야 합니다.

고통과 기쁨은 우주의 디자인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는 명상, 요가, 채식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명상은 그냥 자리에 앉아서 15분이나 30분, 혹은 1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것인데요, 힘이 있나요?

사티시 물론이죠. 이는 씨앗과 같아요. 대지에 씨를 뿌리고 6개월이 지나면, 씨앗은 작은 식물이 됩니다. 그리고 자라서 하나의 나무가 되죠. 10년이 지나면 커다란 나무가 되어 사과나 오렌지, 망고를 줄 거예요. 식물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가만히 당신과 함께 머물며, 그러니까 당신에게 집중하며 마음을 보기 시작한다면 그로부터 씨앗이 발아합니다.

제가 인도에서부터 미국까지 걸을 때 저는 단 한 발을 내디뎠어요. 한 발 걷고 다른 발을 내딛고 또 다음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렇게 저는 모스크바에 있고, 런던에 있었어요. 우리는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매일 명상을 하면 비로소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주욱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렇게 마음챙김을 이루면 세상 속에서 당신이 어디에 있고, 당신이 곧 우주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과 우주 사이에 분리란 없습니다. 당신과 우리는 떨어져 있지 않아요. 모든 것은 바로 당신 안에 있습니다. 당신 안에 물이 흐르고 공기가 흐릅니다. 불과 땅이 당신 안에 있어요. 모든 것은 작은 방식 속에서 우리 안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이 방식을 깨닫고 스스로 깨우칠 때, 우리는 자기 자신, ‘참된 나’가 됩니다.

나와 다른 존재들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물질적인 예를 주시기 바랍니다.

사티시 분리는 오직 우리들 마음속에 있을 뿐입니다. 현실은 대상 간의 관계로 실존합니다. 이 인터뷰를 볼까요? 당신과 내가 함께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죠. 기술이 존재하지 않으면, 영어라는 언어가 없다면, 질문하는 활동이 없다면 존재하지 못합니다. 수백만 가지 요소들이 이 인터뷰가 일어나도록 관계 맺고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 사건이 발생할 수 없죠. 여기에 분리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해요.

그리고 우리가 서로 의존하여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구의 붕괴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각각의 사건과 존재가 분리되어 있고 서로 상관없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 충돌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갈등 속에 있고, 전쟁을 하죠. 일본과 한국은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흑인과 백인은 분리되어 있어요. 남성과 여성이 단절되어 있습니다. 분리하는 순간 우리는 몰락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가 연결되고, 상호 연관되어질 때 우리는 조화를 이룹니다. 이것이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우주의 원칙입니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 또는 우리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괴로움을 겪습니다. 사회 속에서 불안은 기본값처럼 된 요즘인데요. 괴로움과 불안의 근원은 무엇입니까?

사티시 괴로움과 아픔은 우주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우주의 설계 방식이에요. 우리 몸은 아픔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우리는 결코 감기에 걸리지 않는 몸을 가질 수 없어요. 두통이 없는 몸은 있을 수 없죠. 늙지 않는 몸도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고통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고통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불안해집니다. ‘밤이 싫어’라고 말하는 순간에 어둠이 무서워져요. 하지만 “낮이 좋아, 밤도 좋아”라고 말한다면요? 고통을 끌어안는 순간 불안은 잦아듭니다. 어둠과 빛은 함께해요. 오르막과 내리막이 같이 갑니다. 고통과 기쁨이 함께 있죠. 아이를 가지려면 탄생의 환희, 엄마가 되는 벅차오름과 똑같이 출산의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비록 죽을 수 있다 하더라도요.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품는 상태예요. 고통과 기쁨을 염려하지 마세요. 이는 우주의 디자인이고, 몸의 구성이며, 마음의 설계랍니다.

세상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코로나가 오기 전에 우리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말했습니다. 지식인들이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시대에 있다고 했어요. 오늘날 세계 산업질서는 미래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변화가 있는 이때를 자본을 증식할 기회라며 주식 시장을 찾습니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 무엇을 해체하고 무엇을 창조해야 할까요?

사티시 제 철학은 단순하게 사는 것입니다. <우아한 단순함>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요, 우리에게는 단순한 삶이 필요합니다. 더 창의적이고 더 상상력이 풍부한 삶이 필요해요.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인간 지능 자체가 엄청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지능의 약 20~30%만 사용하고 70%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인간 지능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이는 오염을 유발하지 않고, 물질을 낭비하지도 않습니다. 파괴적이지도 않죠. 모두가 갖고 있는데도 인간 지능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어요. 저는 인공지능을 반대합니다. 이는 이 행성에 더 많은 파괴를 불러올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의 길을 그만 가자. 달에 가는 여정도 멈추고, 화성에 가는 그 행렬도 멈추고 우주여행길도 그만 떠나자.’ 이는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지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 별을 돌보세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별의 모습이 이 지구예요. 온갖 빛깔과 내음과 맛이 풍부합니다. 이 별에서 우리가 이뤄온 진화야말로 영광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당신은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생태학자 조애나 메이시는 우리 인간이 지구를 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동의하시는지요?

사티시 사람은 지구를 사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구하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지구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만 합니다.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떻게 지구를 구할 수 있겠어요. 지구가 훨씬 더 크고, 강력하고, 위엄 있고, 훨씬 더 에너지가 넘치는데요. 지구는 70억 인구와 1500만에 달하는 생물종들, 숲, 강, 산, 바다 등과 함께 존재의 예술을 구현합니다. 저는 이 세상을 오직 사랑할 수 있습니다. 네,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합니다. 세상을 파괴하지 않아요. 오염시키지도 그 어떤 것도 낭비하지 않습니다. 존중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세상을 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해요.

어떻게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사티시 사랑함으로써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사랑은 다른 사람을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이것이 또한 우리가 세상을 구하려고 애쓰지 않는 이유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때 당신은 세상의 주인이 되려 하니까요. 그럴 때 ‘나는 세상을 살릴 것이다’라고 말하게 되는 거예요. 이는 너무나 거만한 태도입니다. ‘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때 우리는 나무를 심고, 동물을 돌보고, 인간을 돌봅니다. 노인을 돌보고, 병자를 돌볼 것입니다. 아이들, 가난한 사람들을 돌볼 거예요. 그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나의 행동을 개선하는 것이며 지구를 함께 공유하는 거예요.

어른으로서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요. 저는 그동안 이 아름다운 지구를 마음껏 누렸는데, 아이들은 앞으로 더 많은 재난을 마주하게 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사티시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어떻게 하면 나의 행동이 지구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미래의 강과 숲과 나무와 동물과 바다와 인류를 항상 염두에 둡시다. 나의 성공, 나의 편리, 나의 돈, 나, 나, 나만 생각한다면, 미래는 ‘나’로 그칩니다. 우리의 초점을 ‘나’에서 ‘우리’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인류이고 미래 세대들은 우리의 일부로 이미 여기 존재하고 있어요. 아메리칸 원주민들은 항상 일곱번째로 올 세대를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의 행동이 7세대 뒤에 올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며 움직였어요. 우리는 지금 내 행동이 7세대 뒤에 올 후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8월17일 한국 삼학사에서 마련한 한국인을 위한 강연에서 “내일의 세계”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는 달라이 라마 존자. 인도 다람살라 현지 촬영.
지난 8월17일 한국 삼학사에서 마련한 한국인을 위한 강연에서 “내일의 세계”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는 달라이 라마 존자. 인도 다람살라 현지 촬영.

달라이 라마 존자의 답

이제 연재를 마칩니다. 마지막 회에 사티시 쿠마르 선생을 만난 이유는 ‘나’에 대해 조금 더 알도록 안내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소망은 결국 ‘나의 행동’으로부터 가능할 테니까요. 연재를 마쳐갈 즈음, 중앙승가대학교 교수인 금강 스님으로부터 귀한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8월17일에 한국 삼학사에서 마련한 달라이 라마 존자의 한국인을 위한 강연에 “내일의 세계”와 관련한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금강 스님께서 달라이 라마 존자께 여쭤주었습니다. 저는 지금이 위기의 시대인가에 대해 물었고,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법을 구했습니다. 달라이 라마 존자의 답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지구가 생겨난 지 수억만년이 흘렀습니다. 무엇이든지 발생하는 것은 반드시 소멸하게 됩니다. 기후변화도 소멸기에 들어서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의 지성에 해당하는 지혜를 활용해야 합니다. 인간은 오감에 의존하는 동물과 달리 실상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지니고 있습니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이 선다면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날처럼 어려운 시기에 인간으로 태어난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고 의미 있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의 삶에 더욱 충실합시다.”

현세 인류가 나타나고 우리가 누리는 물질의 풍요가 정점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5만년이 걸렸습니다. 우리의 내리막도 이와 같기를 희망해봅니다. 앞서 석학들은 현대 문명의 몰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이 문명 시작의 척박한 상황보다는 풍요롭기를 희망합니다. 가능한 우리의 모든 지혜가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쪽으로 모아지길 간청합니다. <끝>

한국에서 출간된 사티시 쿠마르의 책들.
한국에서 출간된 사티시 쿠마르의 책들.

글 싣는 순서

1.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지은이, UCLA 지리학과 교수

2. 케이트 레이워스 <도넛 경제학> 지은이, 경제학자

3. 다니엘 코엔 파리경제대 경제학 교수

4.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지은이, 로컬경제 활동가

5. 대니얼 마코비츠 <엘리트 세습> 지은이, 예일대 로스쿨 교수

6.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연세대 명예교수

7. 사티시 쿠마르 슈마허대 창립자

문명의 미래를 묻는 사람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 2002년 미국으로 이주, 문명사적 성찰과 대안 모색 등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세계 지성들과 코로나19의 원인과 이후 인류의 미래를 탐색하는 <오늘부터의 세계>, 세계적 마음 전문가들의 인터뷰집 <사피엔스의 마음>, 리베카 솔닛 등 세계 여성 지성들과의 대화를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 지성 11명과의 대담집 <문명, 그 길을 묻다>, 노엄 촘스키 등 세계 석학 7인과의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윌리엄 켄트리지 등을 인터뷰한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이해인의 말>, 에세이 <나의 질문>과 다수의 번역서를 펴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씨. 정미숙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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