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자신들의 화폐로 금화를 채택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은 이슬람국가가 서구 주도의 기존 금융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적 화폐로 금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국가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가 직접 금화와 은화 그리고 동화 디자인을 감독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말에는 스위스에서 중앙은행 전체 보유 자산 중 금 비중을 기존 8% 수준에서 20%까지 늘리자는 제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우리 스위스를 금으로 구하자’라는 이름의 단체가 주도한 이 제안은 스위스 프랑이 유로에 연동되어 있는 구조 때문에, 유로가 폭락할 경우 프랑의 가치까지 떨어지는 사태에 대한 우려에서 나왔다. 스위스 중앙은행장이 “이 제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할 경우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한 끝에, 일단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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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나 스위스 국민투표는 미국이 1971년 금 태환을 정지한 지 4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미국 달러 강세 현상과 세계적 경기침체의 여파로 금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금은 투자 수단으로도 부적절해 보인다. 2000년 초반 이후 시작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원자재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2012년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가 원자재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내용의 ‘원자재 슈퍼 다운사이클’을 주장하기도 했다. 금 가격도 지난 3월 트로이온스(31.1035g)당 1367달러 수준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트로이온스당 120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금 가격 하락과는 별개로 금 자산을 늘리고 있다. 세계금위원회는 연초부터 3분기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수량이 335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순매수량 324t에 비해 11t 늘었다고 밝혔다. 3분기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순매수량은 92.8t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55t을 러시아 중앙은행이 사들였다. 러시아는 국제유가 급락과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인해, 달러 대비 루블 가치가 연초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추락하자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 보유량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러시아가 루블 폭락이 본격화한 9월에만 금 37t을 사들였는데, 미국 주도의 달러 헤게모니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을 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3분기 금 순매수가 두번째로 많은 곳은 카자흐스탄 중앙은행(28t)이며 세번째는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7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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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국가 중앙은행들도 금 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최근 미국 뉴욕에 예치해 뒀던 금 122.5t을 자국 수도 암스테르담으로 회수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금 회수를 발표하면서 “이번 조처가 대중을 안심시키는 데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중앙은행은 지난해 미국 등에 예치되어 있는 자국 금을 회수하겠다고 했으나, 올해 5t만 회수하는 것으로 일단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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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의 금 확보 경쟁은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화폐전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은행들이 발권력을 이용해 돈을 찍어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쟁을 벌이자, 화폐 가치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사람들의 불안감 확산이 그 배경이라는 것이다. 귀금속 업체 불리온스타의 애널리스트인 코스 얀선은 <가디언>에 “스위스 국민투표를 보고 미친 제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국민투표의 배경에는 스위스가 통화전쟁에 휘말려 자국 통화 가치가 상실될까봐 걱정하는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