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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럽

영국 노동당 84년만에 참패…브렉시트 지연에 ‘러스트 벨트’ 이탈

등록 :2019-12-15 20:44수정 :2019-12-16 02:40

코빈 노동당대표, “당 정책 옳아…브렉시트로 졌다”
‘코빈이 참패의 최대 원인’…당내에서 비판 분출
브렉시트 찬성 전통 지지층 불만·소외 대처 실패
도시 엘리트와 진보층만 집중 좌파노선 일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인가, 영국의 정치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인가? 노동당이 지난 12일 영국 총선에서 기록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당 노선 설정을 놓고 격렬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종 개표 결과, 하원 총 650석 중 보수당은 365석, 노동당은 203석, 스코틀랜드국민당은 48석 등으로 집계됐다. 보수당은 30년 만의 최대 승리이고, 노동당은 1935년 이후 최대 패배다. 1920년대부터 보수당과 함께 영국의 양당으로 공고히 자리잡은 노동당 100년 역사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다. 노동당은 특히 당 전체 지지율이 직전 총선에 견줘 8%포인트나 떨어졌다. 전통적 지지 기반이던 잉글랜드 북부와 중부 지역구가 대부분 보수당에 넘어가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14일 <업저버> 기고문에서 내년 봄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가 선출되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참패했고, 그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자신이 주도한 당 노선이 정당했다고 변호했다. 그는 “철도와 주요 시설의 국유화부터 대규모 주택 건설 프로그램과 임금인상안 등 우리 정책들은 인기가 있었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변덕스러워진 정치 시스템뿐 아니라 언론과 보리스 존슨 보수당 총리의 정직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이런 선거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브렉시트가 아니었다면 노동당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빈의 말처럼 이번 총선은 브렉시트가 좌우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우세했던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비도시 지역에서 보수당이 압승한 것이 명징하게 보여준다. 3년 이상 끌어온 브렉시트 교착 상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브렉시트 완수를 선거 구호로 내건 존슨의 보수당에 몰표를 준 셈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당의 아성이던 잉글랜드 북부와 중부 광공업지대에서 ‘붉은 벽’이 무너지고 보수당으로 넘어가는 정치적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코빈과 노동당은 전통적 지지층이 브렉시트에 찬동하는 등 기존 질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데도, 당 노선을 기존의 도식적인 이념 차원으로 끌고 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에 낙선한 헬렌 굿맨 의원은 <비비시>(BBC) 라디오에 “노동당 패배의 최대 요인은 지도자로서 제러미 코빈의 ‘인기 없음’이 명확하다”고 공격했다. 코빈과 노동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인 브렉시트에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노동당은 유럽연합 잔류라는 당 입장이 부결되는 등 오락가락했다. 당이 제2의 국민투표 실시를 방침으로 내걸었는데도 코빈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빈과 노동당은 전통적인 서민 지지층의 불만과 소외보다는 도시 지역 진보 엘리트와 청년층에 호소하는 급진적 노선을 강화해왔다. 정부 지출 대폭 확대, 부자 과세 확대, 철도 등 산업 국유화, 국민건강서비스(NHS) 지출 확대, 무상 인터넷 등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60대 이상 연령층은 겨우 16%만 노동당에 투표하는 등 보수 성향의 비도시 전통 지지층을 견인하지 못했다. “그럴 거면 왜 공짜 강아지는 주지 않느냐”는 비아냥이 노동당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18~24살 유권자는 58%가 노동당에 투표했으나 인상적인 성과로 보기 힘들다. 투표율(67.3%)은 2017년 총선에 비해 오히려 1.5%포인트 낮아졌다. 기존 노동당 지지층이 적극적인 투표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은 벌써 차기 당대표 레이스가 시작됐다. 코빈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좌파 진영의 신예 대표 격인 리베카 롱베일리(40), 유럽연합 잔류파로 중도 노선의 대표자인 키어 스타머(57), 노동자 출신으로 연성 좌파노선을 표방하는 앤절라 레이너(39), 코빈 노선을 앞장서 비판해온 제스 필립스(38), 브렉시트 제2의 국민투표를 주장하며 코빈과 갈등을 벌인 당 그림자 내각의 외무장관 에밀리 손베리(59)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스타머를 제외한 4명이 여성이다. 이번 총선의 여성 당선자는 220명에 이른다. 노동당 여성 의원은 104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남성 의원을 앞섰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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