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의 대가인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영국 성공회의 최고 성직자인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가 ‘신은 있는가’를 주제로 설전을 벌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무신론과 유신론의 ‘헤비급 타이틀전’이라고 표현했다.
도킨스와 윌리엄스는 22일 옥스퍼드대에서 진행된 토론에서 진화론과 창조론 진영의 대표적 논리를 꺼내며 서로를 공격했다. ‘전투적 무신론자’, ‘최고의 다윈주의자’로 불리는 도킨스는 진화론의 승리에 따라 종교는 파탄이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윈은 모든 과학 분야에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이해가 가능하다는 용기를 줬다”며, 현대 과학이 규명하지 못한 문제라도 언젠가는 원리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당신은 창세기를 21세기 과학에 맞춰 재해석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냐”, “왜 신처럼 혼란스러운 존재로 당신 스스로의 세계관을 어지럽히냐”고 따졌다. 도킨스는 베스트셀러 <신이라는 망상>(한국어판 제목: 만들어진 신)에서 신은 망상의 산물일 뿐이라고까지 주장한 인물이다.
윌리엄스는 “신을 사랑과 수학의 결합이라고 부르자”며 과학의 잣대만으로 종교를 논할 수는 없다고 응수했다. 그는 “성경의 저자들은 21세기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난 21세기 과학의 문제는 21세기 과학으로 풀려고 하지만, 우주에서 내 위치를 이해하려면 창세기를 본다”고 말했다. 또 “영혼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미지가 있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며 종교 영역에서도 불확실하고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시간30분에 걸친 논쟁에서 상대를 한방에 휘청이게 할 펀치는 나오지 않았고, ‘세기의 논쟁’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싱거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논쟁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날카롭다기보다는 정중하고 차분했다. 도킨스는 자신이 “문화적으로는 성공회 신자”라며 겸손을 보였고, 윌리엄스는 도킨스의 과학 분야 저술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