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집무실에서 올렉시 다닐로우 서기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집무실에서 올렉시 다닐로우 서기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우리는 그 어떤 ‘38선’도 긋지 않을 거다. 우리 땅을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겠다.”

올렉시 다닐로우(60)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1953년 한국전쟁에서 남북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것을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서구 언론과 전문가 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의 해법으로 한국형 정전 모델을 제기하자 이에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사이 비무장지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지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에서 200∼300㎞ 떨어진 러시아 영토에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 영토에서 철수하고, 전쟁 범죄에 대해서 보상한 뒤에 비무장 지대를 설치할 수 있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올해 1∼3월 러시아가 대규모 반격을 해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올해 러시아의 계획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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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에너지 시설, 산부인과 등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은 테러리스트 집단의 고전적인 전술이다. 계속 공격을 해올 거냐고 묻는다면, 유감스럽지만 내 답은 ‘그렇다’이다. 우리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데 이란으로부터 드론 공급을 받고 있는 ‘덕분’이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바흐무트에서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희생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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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네 달 이상 동안 (러시아의 민간 용병회사인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체첸 용병을 이끄는) 람단 카디로프의 통제 아래 있는 집단의 주요 목표는 이 도시를 점령하는 거였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헛일이 되고 있다. 사상자 비율은 1 대 7로, 러시아군이 7명 사망할 때 우리 우크라이나군은 1명 목숨을 잃고 있다.”

―바흐무트 외에 크레민나-스바토베, 마키우카 등 동부 지역, 출라키우카 등 남부 전황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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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리 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를 비롯해 스바토베, 마키우카 등) 이들 지역 방향을 따라 꾸준히 진격해나가고 있다. 우리는 크레민나-스바토베 등 1991년 말 (소련에서 독립할) 때 우리나라에 속한 모든 영토를 모두 되찾을 거다. (4일 우크라이나군 포격으로 러시아군 89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키우카에 대해서 말하자면, 러시아군은 이곳에 어마어마한 수의 군 병력을 데려왔다. 그들은 이들을 모두 한 학교에 수용했고, 무엇인가가 그 건물을 강타했다. 그밖에 러시아군은 탄약을 한 장소에 모아두기로 결정했고 타격이 오는 순간 (탄약이) 모두 폭발했다. 이날 러시아군의 사상자 수는 지난 두세 달 사이에 가장 많다.”

―마키우카에서 그렇게 사상자가 많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공격했나.

“이건 전쟁이다. 우리 군의 최우선순위는 우리 영토를 침략한 이들을 죽이는 것이다. 우리 정보 당국은 완벽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카디로프와 바그너그룹 안에 우리를 돕는 이들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우크라이나 영토 내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 배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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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런 (무기) 시스템을 지난해 3월 초부터 요청해왔다. 사실 2021년 10월30일부터 협력국과 함께 그런 시스템을 지원받는 안을 논의했다. 당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협력 국가에 최대한의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협력국들은 우리를 믿지 않았다. 저강도 무기만 준 이유다. 물론 이들 단거리 대전차 미사일(NLAW),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등은 여전히 전장에서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보다 복잡한 군사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른바 ‘세계 2위 군사대국’(러시아)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오고 있고, 상황을 바꿨다. 서방이 탱크, F-16 전투기 등 다른 강력한 무기를 더 빨리 주기로 결정할수록 유럽 국가들은 더 안전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들이 프랑크푸르트, 파리, 베를린, 그리고 다른 유럽 도시에서 자기들 스스로 러시아와 싸우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서방이 지원을 계속하기 어려워지는 시점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나라에나 두 종류의 집단이 있다. 한 집단은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에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집단은 ‘현대의 히틀러’가 화나지 않도록 무엇을 줄 지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모든 이름은 공개적으로 알려질 것이고 부끄러워질 것이다. 타협은 있을 수 없다. 나중에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와 절대 합의할 수 없다. 9·11 비극이 있은 뒤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않아 무엇인가를 논의한다고 상상해보라. 미국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뭐라고 할 것 같나. 그의 정치 경력은 그 순간 끝나게 될 거다. 테러리스트에게는 ‘힘’으로만 이야기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빠르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 지원은 무엇인가. 패트리엇 외에 추가로 들어올 무기가 있나.

“물론 우리는 계속해서 새 무기를 받을 거다. 문제는 그게 ‘언제’냐는 거다. 우리는 무기를 ‘어제’ 필요로 했지만, 서방은 ‘내일’ 줄 수 있다고 한다. 어제와 내일 사이에 우리 군인들은 목숨을 잃고 있다.”

―서방이 지원한 무기 사용에 어려움은 없나.

“서방 군대에게 여섯 달이 필요한 훈련을 우리 군은 두세 달이면 마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동기부여가 돼 있다.”

―자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전쟁 전에도 국방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이 문제가 우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됐다. 우리는 지난 4월 로켓 넵튠(우크라이나가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기함 ‘모스크바호’를 흑해 바닥으로 보내버린 바 있다. 우리 군의 능력을 증명했다.”

―크림반도까지 우크라이나 전 영토 회복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크림반도 탈환) 이상의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 전쟁이 푸틴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다. 우리를 살해하러 온 모든 이들, 푸틴에게 표를 던진 정치인들과 일부 국민은 모두 이 전쟁에 대한 책임이 있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책임을 져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내 공군기지를 무인기를 통해 공격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다. 방어를 넘어 러시아 영토까지 공격할 계획인가.

“우리는 러시아를 파괴할 거다. 하지만 분명히 하건대, 우리는 군사 기반 시설 등 군사적 목표물만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

―정전 또는 종전의 조건은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다. 러시아가 1991년의 우크라이나 모든 영토에서 철수해야 한다. 그들이 한 일에 대해서 배상하고 보상해야 하며, 푸틴과 그의 추종자들에 대한 국제 재판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안전 보장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이뤄진 뒤에야 우리는 러시아와 대화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한국형 정전 모델’을 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그 어떤 ‘38선’도 긋지 않을 거다. (한반도에 휴전선이 생긴 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운 바 있다. 한국이 아직도 통일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1953년의 결정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한국 가족들에게 엄청난 비극이다. 러시아는 ‘한국형 모델’을 제안하려고 전 세계를 설득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동의할 수 없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땅을 그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을 거다.

비무장지대는 그것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곳에 만들어질 거다. 비무장지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으로부터 200∼300㎞ 떨어진 곳에 생길 거다. 러시아 영토 안에 만들어지는 해당 지대는 완전히 비무장화돼야 한다.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싶지 않도록, 벨라루스, 조지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는 그 어떤 나라도 공격하지 않게 말이다.”

키이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