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베이징의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을 방문해 한반도 전문가들과 사드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은 중국 외교부 직속 기구로 중국의 외교 정책의 근간을 만드는 관변단체다. 베이징/연합뉴스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베이징의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을 방문해 한반도 전문가들과 사드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은 중국 외교부 직속 기구로 중국의 외교 정책의 근간을 만드는 관변단체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베이징을 방문중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여 그 의미에 관심이 모아진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4일 더민주 의원 7명 등 방중단을 만나, “사드 배치 가속화 프로세스를 동결하면, 상호 이해하는 입장에서 교류를 확대해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사드 반대 입장이 변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한국 정부가 직접 거론한 적이 없는 ‘가속화’라는 개념을 들고나온 것은 새로운 일이다.

그 의미를 뜯어보자면, 우선 사드 배치 속도를 늦춰 한국 차기 정권에서의 정책 변화를 중국이 기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사드 배치가 이뤄지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막고,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조기 대선→야권으로 정권교체’가 실현되면 그때 한국의 새 정부와 협상하는 게 낫다는 전략적 계산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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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앞장서서 사드 배치를 서두르다가 나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날 왕 부장과의 면담에 참석한 송영길 의원은 “한·미가 합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순 없다는 걸 중국도 알지만, 배치 과정에서 중국의 안보이익 침해라는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는 조처를 기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도 시간을 두고 협의하면 타협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올해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 올 가을 19차 당대회 및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대내외 안정을 강조하는 중국의 심기는 한층 불편해질 수 있다.

셋째, ‘가속화 중단’이라는 한국의 ‘성의’를 전제로 ‘교류 확대’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준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5일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한국이 갖고 있는 제재라는 느낌은 실질적인 것이지만, 정부가 주도한 게 아니다. 중국 인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사드 보복’으로 풀이되는 한국산 문화콘텐츠 및 여행 제한 등 움직임이 있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므로 한국이 먼저 움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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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도 국방부가 부지 감정평가에 나서는 등 ‘예정대로 사드 배치 진행’ 목소리를 높이는 박근혜 정부와 군이, ‘절차 중단’을 뜻하는 중국의 ‘가속화 프로세스 동결’에 긍정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한편,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지난해 말 방한해 기업체 관계자 등을 만나 ‘사드 배치 때 단교 버금가는 조처’ 운운 등 협박성 압박을 한 데 대해,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는 5일 오전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유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이제훈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