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새로 발굴돼 ‘제2의 광개토대왕비’로 관심을 모으는 고구려 비석을 비공개로 연구하면서, 이 연구팀에 고구려사 왜곡 논란을 빚은 동북공정의 핵심 이론가들을 포진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새 고구려비가 발견된 중국 동북지역의 지린(길림)성 지안(집안)시 당국은 이 비석을 연구하기 위한 ‘석비 보호·연구영도소조(팀)’를 구성했다. 연구팀에는 웨이춘청 지린대 교수, 겅톄화 퉁화사범학원 교수, 장푸유 지린성 문학·역사연구관 직원, 쉬젠신 중국사회과학원 지도교수, 쑨런제 전 지안시 박물관장, 왕즈민 지린성 문화재 감정위원회 위원 등이 참여중이라고 지안시 문물국이 최근 현지 정부 사이트에 공개했다.
동북공정은 지린성 지역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는데, 고구려·발해사, 위진·수당 전문가로 손꼽히는 웨이춘청 교수와 고구려사 전문 학자인 겅톄화 교수는 그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이론가들이다. 웨이춘청은 과거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에 참여했다. <고구려사 귀속 문제에 관한 연구> 등의 저작을 펴낸 겅톄화는 중국에서 고구려사 분야의 독보적 학자로 평가되며, 동북공정의 결과물로 2003년 <호태왕(광개토대왕)의 제사>라는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새 고구려비 연구 결과를 고구려가 중국 역사에 귀속된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문물국이 발행하는 <중국문물보>는 이달 초 새 고구려비 발굴을 소개하면서, 고구려와 ‘중원’의 연계성이 밝혀진 것을 이번 발굴의 중요 의미로 평가했다.
동북공정은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부이며, 고구려사를 한반도 역사에서 분리해 중국 역사의 일부로 선언함으로써 한-중간 첨예한 역사 갈등을 촉발했다.
광개토왕비와 충주 고구려비에 이어 세번째로 발견된 이번 고구려비는 ‘제2광개토대왕비’라는 평가 속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광개토왕비의 건립(414년)을 전후한 시기에 세운 것으로 보이는 이 비석은 지난해 지안시 마셴향에서 발견됐으며, 발굴 사실은 이달 초 처음 알려졌다.
새 고구려비는 현재 지안시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안시 박물관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박물관에서 고구려비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안시 박물관은 현재 내부 공사를 이유로 임시 폐관했으며 관람객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5월쯤 개관하기 전에는 언론의 취재 신청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