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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국

대만 국민투표, 야권 주도안 모두 부결…차이잉원 정부 힘 실려

등록 :2021-12-19 17:51수정 :2021-12-20 02:31

성장촉진제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찬성 여론 높았지만 투표 결과 간발 차 부결
“대미 관계 등 국제사회 연계 강화 지지한 것”
핵발전소 공사 재개안도 부결…탈핵정책 탄력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이 18일 수도 타이베이의 한 투표소에서 락토파민 잔존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등 4개 안건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이 18일 수도 타이베이의 한 투표소에서 락토파민 잔존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등 4개 안건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타이베이/AFP 연합뉴스

성장촉진제(락토파민)가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를 포함해 대만 야권 주도로 공민투표(이하 국민투표)에 부쳐진 4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차이잉원 총통 정부가 추진해온 대미 관계 강화와 탈핵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힘이 실리게 됐다.

19일 <대만중앙통신>(CNA)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치른 국민투표에서 대만 유권자들은 △락토파민 잔존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부지 이전 △국민투표일을 총통·입법의원 선거일에 맞춰 조정 △제4기 핵발전소 공사 재개·가동 등 4개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집계 결과, 투표율은 41.09%로 역대 선거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았고, 안건별로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2.08~5.68%씩 높게 나타났다. 대만 ‘공민투표법’에 따라 안건이 가결되려면, 찬성이 반대보다 높고 찬성 비율이 전체 유권자의 25%(약 500만명)를 넘어서야 한다. 쑤전창 행정원장(총리 격)은 투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4개 안건이 모두 부결된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연계 강화를 위해 더 노력하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락토파민 잔존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였다. 대만민의기금회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9%가 수입 금지를 찬성한 반면, 반대 의견은 36.5%에 그쳤다. 더구나 응답자의 62.3%는 “수입 금지안이 가결돼도 대미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가운데 미국과 관계 강화를 희망하는 대만 민심이 부결을 이끈 셈이다.

앞서 차이 총통 정부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오랜 걸림돌로 꼽혀온 락토파민 돼지고기 수입을 지난해 말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만과 미국은 4년여 전 중단됐던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에 따른 무역 협상을 지난 6월 말 재개했다. 무역투자기본협정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전 단계로, 1994년 체결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다시 금지되면 무역 협상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유시보>는 덩전중 대만 무역협상판공실 대표의 말을 따 “국민투표 결과는 대만이 국제적인 무역 규칙을 충실히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새삼 각국에 입증했다”며 “대미 관계에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대만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짚었다.

그와 함께 2014년 중단된 제4기 핵발전소 공사 재개·가동 안건과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액화천연가스 터미널 부지 이전 문제가 부결되면서, ‘탈핵’을 앞세운 차이 총통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2025년까지 탈핵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이번 투표를 차이 총통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4개 의안 모두 찬성’ 운동을 주도해온 제1야당인 국민당은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린 모양새다. 지난해 총통·입법의원 선거 참패에 이어 다시 한번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입법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당내에선 취임한 지 겨우 두달 남짓밖에 안 된 주리룬 주석에 대한 ‘책임론’이 벌써 불거지는 모양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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