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미얀마 군사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남녀 불문 2년 동안 의무 복무를 하도록 하는 병역법을 발효시켰다.
10일(현지시각) 미얀마 군정이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병역법을 곧바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국가 보호와 방어의 의무는 군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있다. 모든 국민이 병역법에 자랑스럽게 따라달라”라고 말했다. 군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나온 이날 발표를 두고 외신들은 군정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저항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군정 치하였던 2010년 통과된 인민병역법에 따르면, 18∼45살 남성과 18∼35살 여성은 필요시 2년 동안 징집될 수 있다. 이 법은 10여년 동안 시행되지 않았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일어난 군정 반대 투쟁 및 공세에서 군부가 중국 국경 인근 북동부 미얀마 영토를 빼앗기는 등 크게 밀리자 관련 법을 급히 발효시킨 것으로 보인다.
대상자는 복무를 거부할 경우 3∼5년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진다. 복무 기간은 국가 비상사태가 있을 경우 5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종교 단체 구성원은 면제이고, 공무원과 학생은 복무 일시 유예가 가능하다.
3년 전인 2021년 2월1일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민주 정부 2기 출범을 앞둔 새벽, 군부는 민간 정부를 축출한 뒤 정권을 잡았다. 국가행정위원회라고 불리는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까지 3년 넘게 집권 중이다. 그동안 군정에 반대하는 범민주세력이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자체 군사조직인 시민방위군을 동원해 무장투쟁을 벌였다.
여기에 최근에는 타 지역 무장단체들이 합세해 반격에 나서면서 군정이 열세에 몰렸다. 지난해 10월27일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 동맹’은 북동부 샨주에서 군을 상대로 합동 공격을 시작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