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 필리핀 외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 필리핀 외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 합의 불발에 대해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 쪽은 북한이 약속했다고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 계획도 불완전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사실상 모든 제재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주장도 다시 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심야 기자회견에서 한 주장에 대한 재반박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영변에서 할 조처들에 대해 아주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그들이 제공하려는 것의 범위가 아직 완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북한은 기본적으로 모든 제재의 해제를 요구했다”고 거듭 밝혔다. 리용호 외무상이 심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것은 모든 제재가 아니라 “2016~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5건, 그 중에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이라고 한 것을 다시 반박한 것이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영변 핵시설은 (범위 등을) 규정하는 게 중요한 시설”이라며, 북한이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확실하게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 등 300개가 넘는 시설이 밀집한 영변 핵시설에 대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폐기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들린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현재 직면한 딜레마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동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며 “제재를 풀어 수십억달러를 준다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보조금을 주는 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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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쪽은 대화 재개 의지도 거듭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마닐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협상 재개 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양쪽이 재정비를 해야 한다”, “대화의 이유가 마련돼야 하고, 어떻게 전진할지 이론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협상팀이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이슈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가 진전시킨 일이 많고, 공통의 이해에 이른 부분들이 있다”며 ‘협상 실패론’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난 양쪽이 성취하려고 하는 것에 관해 충분한 일치를 목격했다. 두 지도자 사이의 호의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위해 완전히 준비돼 있다고 거듭 확인하고,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며 “이런 것들이 (대화 지속의) 기둥, 기초로 남아 있다”고 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규모 훈련을 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협상의 기초와 상호 신뢰의 기반으로서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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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28일 오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아 보이던 정상회담이 틀어진 과정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밤새 작업을 했으며, 공동성명에 (정상들이) 서명하는 것을 정당화할 충분한 진전을 만들 수 있다고 크게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공동성명 서명식 시간까지 잡아놨다가 취소한 이례적 상황에 대해 계속 질문하자 “심지어 오늘(28일) 아침까지도 희망적이었다”고 답했다. 또 “많은 준비 작업이 있었다”며 “이번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두 정상이 실제로 모이기 전까지는 어떤 것을 택할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결과(합의 무산) 또한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막판에 북한이 기존에 약속한 것을 뒤집지는 않았다고 했다. 실무협상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선택이 가능한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를 만족시킬 만한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