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 결과를 매개로 북한과 미국 간에 최소한 ‘탐색적 대화’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 라인 공백과 준비 부족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을 표방해왔지만, 실제로는 압박에 치중하면서 정세 변화에 대비한 ‘관여’(대화·협상)에는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주 말 퇴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북한과의 실무 협상을 담당할 가용 자원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당장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윤 전 특별대표가 ‘뉴욕 채널’로 불리는 북-미 상시 소통 창구를 맡아왔다는 점에서, 북-미 간에 공식적인 메시지 교환도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탐색적 대화를 넘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나서는 고위급 대화를 하려면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실무진의 사전 조율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무부 청사 안에선 대북 협상 경험을 가진 윤 전 특별대표급의 인사를 찾기 어렵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소통뿐 아니라 한국 및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국가들과 대북 정책 조율 임무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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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일(현지시각) 전화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대화에 대비해 “책상에 앉아 정보 보고서를 분석했던 사람들”이 아닌 “북한 사람들을 직접 대면해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사를 빨리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미 테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이 정도로 나왔으면 미국이 대화 정도는 할 텐데 누구를 내세울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의 하나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윤 전 특별대표의 빈자리를 메울 몇 가지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첫째, ‘외부 수혈론’이다. <시엔엔>(CNN) 방송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북한 문제를 다룰 특사에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방송은 “외부 전문가가 투입된다면 틸러슨 장관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협상의 실무적 문제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에 발탁될 인사의 면면이 미국 정부가 북한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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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겸임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손턴 부차관보는 상원 인준을 거쳐 조만간 동아태 차관보로 승진할 게 거의 확실하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손턴 부차관보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턴 부차관보는 틸러슨 장관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미-중 간 현안이 워낙 많아 북한과의 협상에 전념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셋째,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이 대북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워싱턴에서 나온다. 단기간에 ‘수혈’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정을 반영한다. 게다가 북한을 꼭 찍어 한 얘기는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비밀 협상’을 좋아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데, 정보기관의 막후 협상이 이런 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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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부재와 함께, 미국이 협상을 위한 로드맵을 짜고 이에 기초해 북한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할 ‘마음의 준비 및 내용 준비’를 해왔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겨레>에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협상을 이어갈) 동기를 부여할 만큼 충분하고도 발빠르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용의가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평화조약, 제재 완화, 미군 감축 등을 조기에 테이블에 올려놓을 용의가 없으면 회담이 교착됐던 6자회담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지난 5일 ‘가차 없는 경제적 압박과 군사 행동 위협’이라는 채찍과 더불어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당근이 무엇이냐며 준비 부족을 꼬집은 바 있다.

이밖에 미국의 대북 정책이 매파와 협상파의 계속적 충돌로 일관되지 않은 점, 트럼프 대통령의 예기치 못한 발언과 트위터도 협상 과정에서 장애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