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195개국이 서명에 참여한 세계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니카라과와 시리아에 이어, 파리협약에 동참하지 않은 3개 국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며 파리협정 탈퇴를 직접 발표했다. 그는 “재협상을 통해 기후협정에 재가입할수 있지만 우선과제는 아니다”라며 “재협상할 수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할 수없어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며 “나는 파리가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선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한목소리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미래를 거부한 결정”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도 “트럼프는 완전히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 그는 과학에서도 완전히 틀렸다. 미국 경제는 파리협정을 따름으로써 부흥한다”면서 “캘리포니아는 이런 식의 오도되고 미친 행동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 자문단을 떠난다”며 “기후변화는 실제이며 파리 협정을 탈퇴하는 것은 미국과 세계를 위해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의 안전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미국의 각 도시와 주 정부, 기업체들이 비전과 리더십을 증명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두자릭 대변인은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산업혁명 이후로 전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고, 지금도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의 주범이 자신의 책임은 모르쇠하며 협정에서 빠지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름 아래 극단적인 이기주의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현재 미국을 포함해 파리협약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는 세나라에 불과하다. 니카라과는 트럼프 행정부와 비슷하게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며 파리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고, 시리아는 내전으로 국제협약에 참여할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다.
인류의 미래가 걸린 역사적인 협약에 195개국이나 서명한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우며 이를 거부함으로써, 미국이 과연 동맹이나 다른 국가와 맺은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할 도덕적 정당성이나 권위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에 대해선 한-미 동맹이 맺은 약정이라며 한국 정부의 권력 교체에도 이를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