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 해역으로 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금 시점에서는 그것이 가장 현명한 조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칼빈슨호를 그곳에 보낸 데는 특별한 요청이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이 임박했다거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등 군사적 대응을 하기 위해 출동시킨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매티스 장관은 11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방부에서 북한·시리아 사태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칼빈슨호의 항로에 대해 말하자면 이유가 있어 서태평양 지역에 머무르는 것이다. 칼빈슨호는 태평양 위아래 지역을 자유롭게 다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그럼 왜 미리 칼빈슨호의 항로를 공개했느냐.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냐’는 질문에 “칼빈슨호는 원래 훈련 참가를 위해 한 방향(오스트레일리아)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훈련에서 우리의 역할을 취소했고 그래서 일반에 공개하게 된 것이다. 칼빈슨호가 왜 그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지를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싱가포르에 있다가 훈련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경로를 한반도 쪽으로 변경하면서 미국의 ‘북폭설’ 등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베넘 미군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앞서 지난 9일 칼빈슨 항모전단의 항로변경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그들의)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에 이 지역의 최고의 위협”이라고 말해 북한의 도발이 칼빈슨호 파견 이유임을 시사했다.
일본에서는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이 현재 시점에서는 미군의 전력 공백 메우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안보 관련 전문가인 고사카 데쓰로 <니혼게이자이신문> 전문위원은 11일 이 신문 칼럼에서 “(일본)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하는 원자력 항모 로널드레이건이 1월부터 4월까지 점검 및 정비를 하면서 활동을 정지하기 때문에 (서태평양 지역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칼빈슨호가) 전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태평양을 관할하는 칼빈슨호가 (서태평양 쪽에 위치한) 한반도로 접근하는 것을 미군 증파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고사카 위원은 칼빈슨호가 로널드레이건호 정비가 끝나는 5월 이후에도 한반도 인근에 머무르느냐가 중요하다며, “한반도 인근 활동 항공모함이 2척이 되면 그 시점부터 미군의 증파가 확정되며 한반도를 둘러싼 진정한 의미의 긴장이 시작된다”고 적었다.
워싱턴 도쿄/이용인 조기원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