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0일 대통령 취임식장 참석 인원을 놓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언론들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의 주장이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며 생소한 용어까지 만들어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22일 미 <엔비시>(NBC) 뉴스의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백악관 신임 대변인인 숀 스파이서가 전날 “이번이 역사상 최대 취임식 인파”라는 등의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대안적 사실을 준 것이다. 거짓이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이에 진행자인 척 토드는 “‘대안적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이다”라고 반박하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우선, 콘웨이가 어떤 의미로 ‘대안적 사실’이라는 희귀한 용어를 썼는지조차 논란거리다. 언론들의 ‘왜곡 보도’에 대해 스파이서 대변인이 ‘대안’으로 제대로 된 사실을 제공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 두 개일 수는 없어, ‘대안적 사실’은 ‘거짓’과 마찬가지라는 논리학적 설명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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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체를 호도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시도에 대해 미 언론들은 임기 초반의 ‘허니문’도 없이 각을 세우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어제는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하더니 오늘은 ‘대안적 사실’이냐”며 “‘가짜 뉴스’와 ‘대안적 사실’이란 개념은 트럼프와 그의 팀이 사실을 잘못 알고 있다고 기자들의 지적을 받을 때 본질을 흐리는 것을 도와줄 곤봉”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는 대수롭지 않은 데서 출발했다. 취임식 당일 언론들은 180만명이 참석했던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과, 이보다 참석자가 훨씬 적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참가 인파 사진을 비교해 올렸다. 이에 발끈한 트럼프는 이튿날인 21일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임식 때 100만명, 150만명이 왔다. 방송은 아무도 없는 곳만 보여줬다”며 “나는 지금도 미디어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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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심기를 읽은 스파이서 대변인이 이날 최초의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이 역사상 최대 취임식 인파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잔디 보호용 흰 깔개를 깔아 사람이 서 있지 않은 면적만 부각됐다” 등의 ‘거짓말’을 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그는 또 “오바마 때보다 지하철 이용객이 더 많았다”, “금속탐지기를 사용하는 등 보안이 엄격했다” 등 거짓말임이 금방 탄로날 수 있는 주장도 했다.

이에 미 언론들은 스파이서를 ‘피노키오’로 지칭하며 “항공사진만 봐도 역사상 최대 인파가 아닌 걸 금방 안다”, “잔디 보호용 깔개가 처음 사용된 건 2013년이다”, “지하철 이용 승객 수도 엉터리다”, “금속탐지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보안정책이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며 총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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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는 “이건 마치 대통령이 하라고 시켜서 만든 성명 같다. 대통령이 빤히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지 않겠느냐”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결국, 관심끌기와 승리에 대한 무서운 집착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극비작전이나 미국의 국익이 크게 손상되는 경우가 아니면 공개 브리핑 때 가능한 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이번 거짓말 논란은 말의 신뢰에 기반하고 있는 외교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