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되자마자 바티칸에 청소부와 노숙자, 병자들을 초청하는 등 항상 낮은 곳을 보듬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달 하순 미국 방문 중에도 ‘사회적 약자들’을 찾는다.
미국 공영방송 <엔피아르>(NPR)는 교황이 24일 역사적인 상·하원 합동연설을 마친 뒤 워싱턴의 성패트릭 성당에서 수백명의 노숙자와 가난한 자, 이민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13일 보도했다. 교황이 방미 기간 중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의회 정치인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껴안는 모습을 통해 울림있는 메시지를 던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싱글맘인 앵걸린 브라운(26)과 그녀의 2살 난 딸도 교황의 성패트릭 성당 방문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자신을 키워줬던 할머니가 숨지면서 브라운은 지난 10년 동안 노숙자 생활과 비노숙자 생활을 반복해왔다. 그는 교황 방문을 통해 그를 비롯한 수십만명의 가난한 미국인이 겪고 있는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브라운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자신이 게으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옷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받는 급여로는 워싱턴에서 살 만한 장소을 찾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워싱턴에선 평범한 방 하나짜리 아파트의 월세가 900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브라운은 “자신이 노숙자가 되기 전까지는 노숙자 생활이 어떤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방송은 “4500만명의 미국인이 가난하게 살고 있으며 이들이 입에 풀칠할 만큼 사는 게 현실”이라고 소개했다.
교황은 일용 노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성마리아 식사’ 푸드트럭도 찾을 예정이다. 성마리아 식사 푸드트럭은 매주 금요일 아침 워싱턴 근처 메릴랜드주의 작은 쇼핑몰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일용 노동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노동자들은 주로 중남미 출신이다. 다만, 교황은 금요일 아침 자원봉사 현장을 찾지는 않고, 성패트릭 성당 근처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장사를 하는 이 트럭을 들를 예정이다. 그럼에도 자원봉사자들은 교황의 방문으로 새로운 자원봉사자들이 늘지 않겠느냐며 들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젊은 시절 19년 동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에서 사역했던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을 보여왔다.
교황은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에서도 이민자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