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달러결제 하려면
미 은행 통해야 가능한 구조…
제3국 달러결제 은행들
조선무역은행과 거래기피 가능성

북 대외거래 70%가 중국 상대중 은행들 협조할지가 관건 …효과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도“미 위상 8년전 BDA 제재때와 차이”

미국 재무부의 조선무역은행 제재는 아직 구체적인 실행계획들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각종 제재처럼 여기에서도 관건은 중국이 얼마나 협조할지에 달려 있다.

미국 재무부가 이런 제재를 내리는 것은 미국 달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상과 관련돼 있다. 달러는 국제 기축통화(국제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로서 전세계 외환거래 비중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달러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은행 업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세계 은행들이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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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달러 결제는 반드시 미국 은행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예컨대, 한국의 국민은행 명동지점이 우리은행 명동지점과 달러 거래를 하려고 해도 두 은행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미국 은행을 거쳐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에 미 재무부가 미국 은행들로 하여금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중지하게 함에 따라 제3국 은행들도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계속했다가는 미국 은행들과 달러 결제가 어려워질 수 있는 탓이다.

미 재무부는 11일(현지시각) 조선무역은행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차단시키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재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무역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함으로써,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기관의 핵심 금융 연결점을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차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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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모든 은행은 이미 미국의 기존 제재로 달러결제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래서 북한 은행들은 제3국 은행에 달러계좌를 설정해놓고 달러 결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미 재무부는 이번에 제3국의 은행들이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수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제재 조처의 실효성 여부는 중국 은행들의 협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대외 거래의 최소 70% 이상이 중국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대외무역의 90%(남북교역 포함 땐 70%) 남짓을 중국이 차지하는 사정 탓이다. 일부에선 중국 은행들도 자칫 달러결제시스템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미국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금융계 인사는 “중국 은행들도 북한을 도와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비디에이) 은행에 대한 제재 때도 중국 은행들이 영향을 받을까봐 이 은행과 거래를 중지한 바 있다.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 직후 미국의 비디에이 제재 탓에 2500만달러의 예치금을 인출하지 못하게 된 북한의 반발로, 6자회담이 1년 남짓 열리지 못하고 표류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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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비디에이 사태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아 달라져서 파장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2005년에는 중국도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간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세계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이 그때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대외거래 규모 자체가 적은데다 비디에이 사건을 겪은 이후 추가 제재에 대비를 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의 은행에 돈을 넣어 놓더라도 소액만 넣고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정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조선무역은행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대외 금융업무를 총괄하는 금융기관으로, 1959년 조선중앙은행의 외환부로 설치된 뒤 1963년 분리·독립했다. 주로 대외 무역 및 무역외 거래에 따른 결제업무를 담당한다. 세계 50여개 나라의 100여개 은행과 환거래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6월 남북한 교역을 위한 청산결제은행으로도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