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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쿠자 두목이라고 주장한 인물이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핵물질을 밀매하려다 미국 수사 당국에 적발됐다. 핵무기나 핵물질이 범죄 조직 손에 넘어가 위기가 닥치는 할리우드 영화 같은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미얀마에서 입수한 핵물질을 판매하려 한 혐의로 야쿠자 두목 에비사와 다케시를 추가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야쿠자는 일본 범죄 조직을 뜻하는 말로, 그와 공범들은 2022년 마약과 무기 밀매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상태다. 다만, 일본 경찰은 그가 폭력단 조직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이 신문은 그가 일본 도치기현 출신으로 고교 중퇴 뒤 고향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최근에는 일본과 타이를 왕래하며 생활했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에 에비사와와 공범들에게 타이에서 핵물질을 이란 쪽에 판매하려고 한 혐의 등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을 보면, 그는 2020년 초 신분을 위장하고 함정수사에 나선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에게 많은 양의 핵물질을 가지고 있다면서 측정기로 방사선 방출량을 표시한 모습을 담은 핵물질 사진을 보여줬다. 이는 방사성 물질 토륨과 우라늄이라는 연구소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마약단속국 요원은 이란군 장성에게 이를 판매하겠다며 “그들은 에너지로 쓰려는 게 아니다. 이란 정부는 핵무기 제조를 위해 이게 필요하다”고 말했고, 에비사와는 “그럴 것이다. 그러기를 바란다”고 답했다고 한다.
에비사와는 마약단속국 요원들과 접촉하면서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 쪽이 보유한 핵물질 판매 대가로 지대공 미사일 등 무기를 입수해 그들에게 넘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고 한다. 반군 쪽 브로커라는 공범은 2022년 2월 영상회의에서 “토륨232 2천㎏ 이상, 우라늄 100㎏ 이상을 입수할 수 있다”며 “미얀마에서 핵물질 5t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토륨232도 우라늄으로 전환해 원자력발전과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다. 이에 마약단속국 요원은 핵물질을 이란제 무기와 교환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브로커와 반군 지도자가 동의했다고 한다.
에비사와를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공범이 호텔 방으로 핵물질 샘플을 가져와 보여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실제로 토륨, 우라늄, 플루토늄으로,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무기급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법무부는 공소장에서 “에비사와는 대규모 마약과 무기 거래 범죄를 저질렀고, 그의 국제 범죄 네트워크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에 걸쳐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만약 양이 충분하다면 이 물질들은 그런 목적(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며 “범행이 성공했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 등골이 오싹하다”고 했다.
앤 밀그램 마약단속국 국장은 에비사와 등은 “이란이 그런 물질로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전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이는 인간의 생명을 완전히 무시하며 활동하는 마약 밀매자들의 타락을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